아들 군대 가는 날

by 윤희웅

2011년 3월 21일 아침, 아들은 파릇파릇한 짧은 머리를 굳이 모자로 감추며 담담하게 차에 올랐다. 깊숙이 눌러쓴 모자에 이어폰을 끼고 뒷좌석에 몸을 기댔다. 건들면 절대 안 되는 분위기였다. 나는 조용히 주자창을 빠져나와 논산을 향해 달렸다. 안산에서 논산까지 세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래도 늦으면 안 된다고 전 날 가자는 것을 아침 일찍 출발하면 안 늦으니 하루라도 편한 방에서 자라고 했다. 그러나 아들은 잠들지 못하고 밤 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잠을 설친 듯했다. 슬쩍 룸미러로 뒷 좌석의 아들을 쳐다봤다. 음악을 듣고 있는지, 아니면 잠을 자는지 기척이 없었다. 고속도로 안내판에 논산이라는 표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대전 고모가 입대 기념 점심 사준다고 논산에서 만나기로 했어. 뭐 먹고 싶어?"

"밥 생각 없어."

"그래도 한 동안 사회 음식을 먹지 못할 텐데 맛있는 거 먹고 들어 가. 고기 먹을까?"


대답이 없다.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하고 온갖 잡생각이 다 날 것이다. 나 역시 아들의 심정과 매 한 가지였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려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군대 내 구타, 자살, 사고 등 군대 관련 뉴스들이 귀에 쏙쏙 박혔다. 대전 고모와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을 했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 기다리기로 했다. 아들은 불안하면 책을 읽는 버릇이 있다. 그것도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만 읽었다. 손 때가 덕지덕지 묻은 연금술사를 읽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손에 조금씩 땀이 차기 시작했다.


"수류탄 샀어?"

"뭘 사?"

"검색해 보니까 훈련소 앞 편의점에서 1+1로 판다는데."

"몇 시간 후면 군대 가는 아들에게 지금 농담이 적절하다고 생각해?"

"미안하다. 걱정하지 마. 20개월 금방 가. 아빠는 30개월 했어. 점심 뭐 먹을래? 갈비에 냉면 어때?"

"채 할 것 같아."

"그러면 짜장면 어때? 난 군대에 있을 때 짜장면이 제일 생각나더라."


짜장면에 탕수육을 대충 먹고 이러다 늦는다며 일어서는 아들과 함께 훈련소 앞까지 걸어왔다. 대전 고모는 자기 아들 군대 갈 때 집 문 앞에서 배웅했는데, 조카 군대 가는 걸 보러 왔다며 약간 신이 난 얼굴로 이야기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연병장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있었다. 여자 친구와 마지막 입맞춤을 하는 까까머리 청년을 우리는 부러운 듯 바라봤다.


"여자 친구는 기다려준데?"

"내가 이도령이야? 그런 거 없어. 그냥 잘 갔다 오라고만했어."

그때였다. 입소자는 연병장으로 모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부모님에게 큰 절을 하는 청년, 여자 친구의 눈물을 닦아주는 청년, 친구들의 응원 함성에 손을 흔들며 연병장을 향해 걸어가는 청년, 모두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연병장으로 내려갔다.


"잘 갔다 올게. 조심해서 올라 가. 그리고 술 좀 그만 먹고 몸 좀 챙겨."

"너나 잘해. 한 번 안아보자."

"싫어."

"그러지 말고 한 번만 안아보자."


나는 아들을 힘껏 안아주며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무조건 건강해라. 다치면 안 돼. 알았지?"


아들은 대답도 없이 대전 고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연병장을 향해 뛰어갔다. 간단한 입소식을 마친 청년들은 손을 흔들며 줄줄이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아들은 군대에 갔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줄줄 흘러내렸다.


"아빠가 아들 군대 보냈다고 창피하게 길거리에서 울어?"

"줄 서서 막사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까 그 녀석 태어나던 날부터 지금까지 영화 한 편이 눈앞에 지나가는 거야. 그 녀석 성격에 군 생활 쉽지 않을 텐데. 잘할 수 있을까?"


며칠 후 군에서 소포가 왔다. 군에 입고 들어간 사복과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잘 있다고 걱정 말라는 편지를 쓰라고 하는데 거짓말을 쓰기도 싫고, 그렇다고 다들 쓰는데 혼자 안 쓰자니 눈치도 보이고 아무튼 면회나 자주와.' 아들의 사복이 담긴 소포를 받고 잠시 울컥했다가 두 줄의 짧은 메모를 읽으며 조금 안심이 되었다. 잘하겠지. 잘할 거야. 벌써 오 일이 지났으니 앞으로 19개월 25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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