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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웅 May 30. 2024

모든 길을 구글로 통한다.

 마드리드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25분 정도 걸렸다. 김포공항처럼 비행기 소음 문제가 마드리드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공항과 시내는 근접해 있었다. 숙소는 sol광장 근처 아파트였다. 택시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와 우리를 내려줬다. 짐을 내려준 기사는 골목 끝을 가리키며 '그라시아스'를 외치고 사라졌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딸은 나에게 캐리어를 맡기고, 한 손으로는 휴대폰 구글 지도를 보며, 골목 구석구석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캐리어에 걸터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딸을 기다렸다. 

“아빠, 찾았어. 가자."

"길거리에 사람들이 정말 많아."

"숙소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짐을 들고 올라가야 해. 3층인데 4층이라고 생각하면 돼. 여기 1층은 0층이거든.”

“여기 애들은 잠도 안 자나 봐. 가게마다 사람이 꽉 찼어. 스페인은 보통 몇 시까지 영업해?”

“아빠, 내 이야기 듣는 거야.”


 투덜거리는 딸을 앞장 세워 4층 같은 3층 아파트 현관 앞에 섰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돌려도 문은 요지부동이었다.

“현관문 손잡이에 비밀번호가 달렸다. 신기하네.”

“나도 처음 봐. 주인이 알려주는 대로 했는데 안 열리네.”

“주인이 뭐라고 했는지 나도 좀 보자.”

“읽을 수 있겠어?”

“영어구나. 내가 읽어보니까 다 좋은 말이고, 주인은 참 친절하네.”

“비밀번호를 누르고 왼쪽으로 두 번 돌리면 열린다는데 안 열려.”

“내가 해 볼게.”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아무리 돌려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라 주인에게 전화하기도 미안하고, 끙끙거리다 홧김에 문을 몸으로 밀치니 문이 열렸다. 아파트는 방 2개, 거실 겸 주방, 화장실로 대략 15평 아파트였다. 방마다 작은 발코니가 있어 여기가 유럽이구나 싶었다. 

“피곤하지? 씻고 자.”
 “잠은 비행기에서 많이 잤어. 나가서 맥주라도 한잔 먹자. 스페인에서 첫날밤을 잠으로 보낼 수는 없지.”     

 숙소 앞 거리는 웃고, 떠드는 젊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가게마다 사람들이 가득 찼다. 12시가 되었음에도 거리의 열기는 전혀 식지 않았다.

“여기만 그런 거야. 아니면 스페인이 다 그런 거야?”

“우리 숙소가 명동 뒷골목에 있다고 생각하면 비슷해. 숙소 검색했을 때 위치는 좋은데 밤새 소음에 시달린다고 쓰여 있더니 정말이네.”


 우리는 구글 식당 검색에 별이 4 개인 곳으로 갔다. 영업 마감이 됐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식당의 마감 시간은 새벽 4시였다. 메뉴판 역시 구글 렌즈로 번역하며 메뉴를 골랐다. 지도도, 번역도, 주문도 구글로 통했다. 이 글 역시, 구글 타임라인을 참고하며 쓰고 있다. 구글이 여행자에게는 신이었다. 구글이여, 할렐루야, 아멘입니다.  

 딸은 상그리아, 나는 맥주, 안주로는 감바스와 달걀 스크램블을 시켰다. 나는 맥주를 마시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의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만 쳐다봐.”

“신기해서 그래. 가게 천장 좀 봐. 기둥에 사람이 조각되어 있어. 역시 예술의 도시야. 너 종이의 집 봤지? 그 드라마 배경이 스페인이거든. 드라마에 나왔던 사람들이 여기에 다 있는 것 같아. 웨이터는 인물로 뽑나 봐. 다들 잘 생기고, 배우 같아.”

“스페인 첫인상이 어때?”

“좋아. 잘 온 것 같아. 고맙다.”

“아빠가 좋다니까 어깨에 뽕이 들어간다.”

“뽕 들어가도 돼. 아빠, 많이 신나.” 

 맥주는 묵직한 라거 맛이 좋았다. 안주로 나온 감바스는 큼직한 새우가 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새우가 좀 작아 실망이었다. 스크램블은 예상외였다. 정말 깜짝 놀랐다. 두툼한 녹두전이 나왔나 싶을 정도의 두께와 속은 양파와 감자의 포슬포슬 맛이 있었다. 조금 덜 짰으면 바닥까지 긁었을 텐데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스페인의 첫날밤은 고풍스럽게 아름다웠다.     


“옆에 앉은 대머리 아저씨 팬티가 보이는데 퓨마야. 나도 퓨마 팬티 입었는데, 팬티 보여주고 친구 할까?”

“스페인까지 와서 성추행범으로 잡혀가고 싶어. 그만 쳐다봐.”    

  


푸마 팬티 입은 대머리 아저씨는 1번 왼쪽 티셔츠, 2번 오른쪽 남방 누구일까?
기둥에 매달려 서까래를 받치고 있다
잘생긴 웨이터와 맥주를 마시는 아가씨 (최대한 얼굴이 안 나오게 초상권 보호 중)
구글렌즈로 메뉴 검색 중
생각보다 새우가 작은 감바스
두툼한 높이와 크기에 깜작 놀란 계란 스크램블 
식당 입구와 쓰레기통
새벽 5시에도 사람들이 집에 안간다. 6시에 생일축하 노래도 들렸다. 
문제의 현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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