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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웅 May 27. 2024

독일항공 루프트한자를 타고 뮌헨으로

 딸의 남자친구가 인천공항까지 배웅을 해주었다. 덕분에 공항까지 편하게 왔다. 처음 보는 남자친구가 궁금했지만 질문은 금지였다. 형식적인 짧은 인사만 나눴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의도된 포근한 표정과 미소로 남자친구를 째려봤다. 공항에서 캐리어를 내려주는 남자친구에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배꼽 인사를 했다.

“덕분에 편하게 잘 왔습니다.”

“아닙니다.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도착하는 날 뵙겠습니다.”

“아빠,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동안 인사들 나눠.”

 나는 담배를 피우면서 안보는 '척', 두 젊은 남녀의 포옹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참 좋은, 부러운 나이였다. 공항에 들어가 ‘발권해야지’ 물으니 어제 모바일로 했다고 한다. 역시, 젊음이 좋구나. 캐리어를 보내고 이른 아침을 여유 있게 먹었다. 된장찌개에 설탕을 넣었는지 달디단 된장찌개를 반이나 남겼다. 며칠 후 나는 공항에서 반이나 남긴 된장찌개를 떠올리며 땅을 치며 후회했다.

“간단하게 브리핑하겠습니다. 독일 항공 루프트한자를 타고 뮌헨으로 대략 12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한 시간 반 뒤 마드리드로 가는 비행기를 탑니다. 대략 3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궁금하신 것 있습니까?”

“비행기 환승할 때 카드 찍어야 합니까?”

“비행기는 안 찍어도 됩니다.”


 독일 항공이라 독일 사람들이 많았다. 검소하고, 단정한 옷차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의식한 조용한 분위기가 익히 들었던 독일 사람 같았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라 그런지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먹었다. 맥주와 위스키를 섞어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다. 한 숨자고 일어나 또 기내식을 먹었다. 또다시 맥주와 위스키를 섞어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다. 깨우는 손길에 눈을 뜨니 어느새 12시간이 훌쩍 지나 뮌헨에 도착했다.

“아빠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 비행기가 착륙했는데 복도에 줄 서는 사람이 없어. 한국 사람들은 착륙 전에 안전띠 풀어놓고, 착륙과 동시에 먼저 나가려고 복도에 줄을 서잖아. 이 사람들은 아무도 일어나지 않아. 우리만 일어섰어.”

“민족성의 차이 같아. 스페인은 또 다를걸?”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출발이 연착되어 우리는 마음이 급했다. 이내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앞에서부터 천천히 짐을 챙겨 차분히 내리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하지만 그들은 여유가 있어도 우리는 환승 비행기를 찾아 뛰어야 했다. 환승 게이트 모니터를 바라본 딸은 바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빠, 안 뛰어도 돼. 비행기 연착이래. 역시 여유 있는 나라야. 다 연착이야.”


 우리는 여유 있게 공항을 둘러보며 마드리드로 향하는 게이트 앞에서 줄을 섰다. 내 앞에 서 있던 젊은이가 작은 가방을 뒤지다 에어팟을 떨어뜨렸다. 에어팟은 입을 벌려 내 발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에어팟을 주웠다. 나에게 ‘땡큐’하며 손을 내미는 그에게 나는 에어팟을 등 뒤로 숨기며 말했다.

“코리아 세잉, 픽업 오너.”

“아빠 무슨 말이야?”

“한국속담에 주운 사람이 임자라고 말했어.”

“빨리 줘. 아저씨 당황하잖아.”

“재밌잖아.”

“재미없어.”

에어팟을 돌려주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할머니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할머니는 엄지 척하며 좋아했다. 나는 할머니에게 답례로 손하트를 날리며 윙크했다. 옆에서 딸의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뮌헨에서부터 3시간의 비행 후 우리는 마드리드 공항에 입성했다. 세계 관광 순위 2위라는 말이 무색하게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공항은 생각보다 작았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창문을 열어 스페인의 밤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셨다. 스페인의 첫날이 시작되었다.  


독일항공 루프트 한자 탑승 전 모습. 이제 저 비행기를 타고 뮌헨으로 간다.
비빔밥과 맥주와 위스키. 비빔밥을 독일어와 영어 그리고 한글로 설명했다. 독일어와 영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글은 명확했다.
2번째 기내식. 다시 비빔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달고 느끼했다.
마드리드 공항 택시 정류장.   
시내까지 정액 요금 33유로였다.


ㄷ독일항공  루프트한자프트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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