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자국은 모양이 없다

by 폼폼

내 발로 이 길을 선택한 탓에

내 발자국은 모양이 없다.


발자국이 없는 길에는

좋아하는 꽃이 피어 있었다.

발걸음을 떼려니

어쩐지 거북스러운 마음이 들어


내가 선택한 길은

발자국이 많은 길이었다.


수많은 발자국 속에

나의 발자국이 감추어진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놓인다.


뒤 따라온 발자국이

희미하게나마 주장을 떨치지 못한

내 발자국을 덮는다.


내 발로 이 길을 걸어온 탓에

내 발자국은 모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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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내가 원하는 길이지만 다른 이들이 한 번도 선택하지 않은 길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 길을 선택하기 위해 따르는 불안감, 초조함, 두려움, 걱정 등을 떨쳐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죠.

그래서 끝내, 많은 이들이 선택한 길을 걸으며 사람들 틈에 나를 조금씩 숨깁니다.


길을 들어설 때에는 분명히 안도감이 컸어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어느새 길을 걷다 보니, 걸어온 길을 문득 돌아보니 씁쓸함이 드리웁니다.


나는 나의 길을 선택하는 방법을 잃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는 내 모양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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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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