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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Jan 16. 2018

모든 관계의 끝에는 '돈'이 있다.



카페에 오면 매번 옆 테이블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목소리 톤이 점점 높아지는 대화에는 보통 웃음기가 하나도 없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고 옆 테이블의 대화를 듣는 일에 집중한다. 


여자가 남자에게 말한다. 


“생활비 준 적 있어? 있냐고? 애들한테 버릇없다는 둥 뭐라고 할 자격 없어. 당신은 아빠 자격 없어.”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여자의 말을 듣는다. 여자는 몇 번의 원망 담 긴 말을 내뱉더니 이내 진심인지 홧김에 내뱉는지 모를 말을 한다. 


“그만 살자.” 

지금껏 모든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손도 대지 않은 아메리카노와 뜯지도 않은 빨대를 놔둔 채 밖으로 나간다. 여자는 빨대가 꽂힌 반 정도 남은 아메리카노를 남긴 채 뒤따라 나간다. 


건너편 테이블에는 남겨진 커피 두 잔만 덩그러니 테이블에 놓여 있다. 시간이 꽤 흐르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않으리라 판단한 점원은 커피를 치운다. 옆자리 테이블이 치워지자마자 두 남자가 자리에 앉는다. 


“야! 소개팅 할래?” 

“됐어.” 

“왜, 외롭다며?” 

“연애도 돈이 있어야 하지. 남은 학자금 갚으려면 한참 남았다. 월급은 쥐꼬리지, 생활비로 쓰기도 벅차다. 나한테 연애는 사치야.” 


모든 관계의 끝에는 ‘돈’이 있다. 

누군가는 돈 때문에 관계를 시작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돈 때문에 관계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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