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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소나 Apr 17. 2024

장미조팝, 뜻밖의 선물!

야생화와 개똥철학 

전국의 양지바른 곳에 흔하게 자라는 낙엽 떨기나무다.  꽃은 4~5월에 피며 흰색이다. 일반 조팝은 4~5개 꽃잎이지만 겹으로 나는 겹조팝도 있고 (사진) 장미조팝은 만 겹으로 쌓였다고 해서 만첩조팝나무라고 한다. 줄기는 모여서 나서 금방 우거진다. 처음에는 연두색 가지였다가 점차 적갈색으로 변한다.  


조팝나무는 지금이 한창 때다. 산 능선이나 바위 옆 건조한 절벽지에서 자생한다. 굳이 등산을 하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산책만 해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공원, 아파트 단지 내에서 관상용 즉 조경수에 빠지지 않는 단골 나무다. 꽃 핀 모습이 좁쌀을 튀겨서 붙인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조팝나무라고 부른다. 심기만 하면 1~2m까지 워낙 잘 자라는 데다 가지끼리 엉켜서 큰 덩어리를 지는 특성을 이용해서 울타리 용도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아이를 화재용으로 자주 쓴다. 봄날, 남편과 내 생일 밥상에 장식으로 많이 사용한다. 두루두루 쓰임새가 많은 조팝이다.  


꽃말이 재미있다. 헛수고다.




앞집 여배우 언니도 조팝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아무래도 여배우이다 보니, 집안이 보이는 게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식탁에 앉아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여배우 집안을 보려고 기웃기웃 거리는 모습을 본 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되니 말이다. 그때마다 참 여배우도 사람인데 조용히 사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이 여배우 언니가 조팝나무를 거실 앞에 심었더니 울타리 효과를 톡톡히 본다고 해서 나도 조팝나무를 심게 되었다. 


나는 방풍목이 필요했다. 봄날, 정원 데크에 앉아 있고 싶은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앉아 있기가 불편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데크 한 면만 울타리를 만들었으면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좁디좁은 정원에 답답하게 가림막을 칠 수도 없이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장미조팝나무를 데크 한쪽에 심었더니, 꽃이 너무나 아름다운 데다 원래 목적이었던 바람과 강렬한 햇빛도 막아 주었다. 또,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볼 때도 반쯤은 가려주어서 심정적으로도 훨씬 편해서 조팝나무 울타리는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였다. 왜, 여배우 언니가 조팝나무를 거실 앞에 '떡!' 하니 중심 자리에 심었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하루는 이 여배우 언니 엄마가 나를 찾았다. 행정복지센터에 볼 일이 있는데 작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언니 엄마는 여배우 언니는 며칠 지방 촬영을 갔다고 했다. 당시 내가 그 동네 통장직을 맡고 있었기에 당연히 도와야 했다. 그래서 언니 엄마를 모시고 다니면서 일처리를 했다. 그런데, 언니 엄마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근처 카페에 가고 싶다고 하는 것이다. 순간, 오후에 할 일이 있어서 잠시 주저했지만 '혼자 집에 있느라 많이 심심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그렇게 하자고 했다.


"어머니! 이 카페 단골이세요? 사장님이 인사하시네요! 호호호."

"응, 내가 자주 오는 곳이야. 가끔은 혼자서도 와."

"아, 혼자 오실 때 저랑 같이 와요!"

"아이고. 바쁠 텐데. 말만 들어도 고맙네! 호호호!"


그렇게 남해에 혼자 사는 친정엄마 생각도 나서 여배우 언니 엄마와 한창 재밌게 놀았다.


  '엄마도 가끔은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여배우 언니가 집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아마도 지방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듯했다. 


"언니, 잘 다녀오셨어요?"

"이것 갖고 가서 먹어! 내가 청정지역에서 힘들게 공수해 온 거야!"


엄나무 순과 오징어, 쥐치포 등 각종 야채들을 주는 것이었다. 그중 엄나무 순. 얼마나 맛있게 튀겨 먹었던지.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맛을 상상만 해도 군침이 마구 돈다. 


우리네 인생도 이러지 않은가! 정말 작은 일 하나! 남을 위해서 아주 작은 도움 하나 줬을 뿐이고 그게 내가 할 수 있어서 한 것뿐인데. 가끔 뜻하지 않은 칭찬을 받거나 감사 인사까지 받을 때가 있다. 어떨 때는 그 작은 나의 움직임 하나가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선물로 되돌아올 때도 있지 않은가.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잘할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 말이다. 내 마음이 부끄러울 정도로 과분한 대가를 받게 된다면 더욱 그렇겠다. 재밌는 것은 사람이 살다 보면 '꼭!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우리가 매일매일 살아가는 '일상'이 사실 더 큰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빅 비전 Big Vision, 빅 싱크 Big Think, 빅 드림 Big Dream! 이런 대단한 일을 계획하고 그에 걸맞은 기회를 찾고자 애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평소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 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따라 그것을 성취해 내고 성공하는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그렇게 열심히 하루를 살아 내다보면 달력에는 없지만 SOMEDAY! 언젠가, 내 인생의 선물도 반드시 내 품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믿는다. 인생에 헛수고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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