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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Re: Born! 13화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입니다!

by 이내화

강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 ) 채우기 문제를 냅니다.

⟹ 문제 / 인생은 자연산이 아니라 ( )이다.

그렇다면 ( ) 들어갈 답은 무엇일까요? 너무 쉬운 문제라 <양식>이란 단어가 떠오를 것입니다. 회는 <자연산>이겠지만 인생은 <양식>이라는 뜻입니다. <양식>을 업으로 먹고사는 이들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무엇인가 양식할 때 수고, 땀, 열정 등을 담아냅니다. 더욱이 이상 기후로 날씨가 생각대로 펼쳐지지 않을 땐 죽을 맛일 것입니다. 가령 이상 고온으로 날씨가 무척 더울 땐 남해 바다에서 양식하는 사람들은 녹조 현상 등으로 인해 한 해 농사를 망칩니다. 이처럼 인생은 주어지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필자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습니다. 바로 배우 장동건입니다. 장동건을 먼발치서 더러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볼 때마다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참 잘 생겼다.”입니다. 장동건은 시쳇말로 <자연산>입니다. 부모로부터 타고난 DNA가 좋아 그 DNA를 풀어서 살아가는 것이지요. 인물값 하는 거지요.

이에 반해 필자를 보겠습니다. 필자는 화면발은 좀(?) 있지만 얼굴 생김새부터 피부 등등 참 아닌(?)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자신을 잘 꾸미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말하자면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고 신경깨나 쓰는 편이지요. 즉 이미지를 통해 필자 얼굴을 <양식>하는 셈입니다. 이런 탓에 이래저래 비용이 제법 들어갑니다. 장동건도 얼굴 관리에 힘을 쓰겠지만 바탕이 좋으니 필자처럼 고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음은 한 지인이 해준 이야기입니다.


“잘생긴 나무는 사람들이 다 뽑아가지만 못생긴 나무는 인기가 없으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게 됩니다. 어중간한 인기가 사람을 잡아요. 재주가 많은 여우가 다른 여우들은 할 수 없는 높은 곳의 신 포도를 따 먹고 마침내 위궤양이 걸려서 빨리 죽게 되지요. 돈 많은 자식은 장모가 데려가고 똑똑한 자식은 나라에서 데려가고 병든 자식은 부모 곁에 남아 있고 아무도 데려가지 않아요. 그래서 병든 자식이 오히려 효도하게 되는 겁니다.”


문제를 하나 더 풀어보셨으면 합니다. 답은 이 글 말미에 소개하겠습니다.

⟹아주 쉬운 문제

1.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은? 2. 이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감은?


흔히들 <자존심>과 <자존감>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권위적 부모’와 ‘권위주의적 부모’와 다른 것과 비슷합니다. <자존심>은 <나>보다 <남>에 비중을 더 둡니다. <나>보다 <남>을 의식하다 보니 사는 게 힘이 들지요. <남>이란 단어를 보면 < 나+ㅁ >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쉽게 말하면 <ㅁ>을 한자로 보면 입 구(口) 자입니다. 즉 남의 말에 삶의 중심축이 옮겨져 있습니다. 남이 하는 말, 남이 보는 시선, 남이 하는 평가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존감>은 무엇일까요? 자존심과는 달리 <남>보다는 <나>에 비중을 더 둡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사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자존감>은 삶의 중심축이 <나>에게 있습니다. <나>라는 단어엔 <남>과 달리 입구 ‘구 <ㅁ>’를 달고 다니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남이 뭐 하고 하든지, 남이 무엇을 하는지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오롯이 <자신> 애 집중합니다.

일본으로 연수를 간 적이 있습니다. 일본 담당자가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3개월 동안 같이 지냈는데 3개월 내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신발을 싣고 진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왜 늘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십니까?” 그러자 그가 “이 선생님! 옷으로 신으로 일하는 건 아니지요. 일이 더 중요하지요.”웃으면서 말을 건네며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물가 비쌉니다.” 물가가 비싼 것도 있겠지만 그는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이 무척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존감>은 본질에 중점을 두고, <자존심>은 현상을 추구하는 셈입니다.

앞서 낸 문제 정답입니다. 답은 <자신감>과 <열등감>입니다. 대개 사람들이 <자존감>보다 <자존심>에 목을 매는 건 바로 살면서 맛있는 감을 먹지 않고 맛없는 감을 많은 먹은 탓입니다. 필자 멘토인 K 박사가 있습니다. 그이는 초보 강사 시절 강의평가에 무척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늘 그 평가에 맘이 좌지우지했습니다. 한 번은 한 펀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중 참석자들로부터 나름 심한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름하여 난타를 당한 것이지요. 그이가 강의를 마치고 필자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습니다.

그이가 강의 평가에 목숨을 매는 건 초보자라고 그럴 수도 있었지만 욕심도 과한 점도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좋은 강의를 잘하려고 그이는 강의내용을 녹음해서 귀갓길에 늘 듣는 습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게 문제였습니다. 실은 자신의 목소리나 강의내용을 녹음해서 들어 보면 낯이 붉어질 정도 목소리 톤도 그렇고 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가 등 생각이 들어 이내 창피해집니다.

그래서 그에게 이렇게 처방전을 주었습니다. “ K 박사! 왜 그래요? 오늘부터 강의 녹취내용을 다시 듣지 마시고 담담하게 자신 있게 들이대셔요! 당신이 하는 강의는 이 세상 유일무이한 강의입니다. 자신감을 가져요. 별거 아닙니다.” 이후로 그이는 강의 녹취를 듣지 않게 되었고 강의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 있게 들이대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는 아주 강의를 잘하는 유명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자신에게 휘둘리는 건 좋습니다. 그러나 남의 시선에 휘둘리기엔 삶이 너무 짧고 아깝습니다. 당신 삶에서 <남>을 지워보셨으면 합니다. 대신 그 자리에 <나>를 그려 넣으셨으면 합니다.

오늘부턴 남을 <추월>하려 하지 말고 <초월>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자신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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