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그 무엇도, 그 누구에 대해서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그럭저럭 잘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다행이다.
..김영하 작가의 [영하의 날씨 : 12회 모름] 중에서
없다.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새롭다. 그런데도 그냥저냥 살고 있다.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살아가고 있는 것은 맞다.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 이 행동은 언제나 비슷하다. 단지 행동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자기 마음대로 요동을 칠 뿐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 바뀐 것이 있다면 요동치는 범위가 줄어들었다는 것. 흐릿했던 행동들이 조금 선명해졌다는 것. 숨어있던 것이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어필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언제나 무언가를 제대로 알고 싶어 한다. 참 이상하다. 이상해도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식이니 일단 인정을 해야겠다. 아, 지금의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그냥저냥 살아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가슴 한 편에 공허함이 있다. 무엇이든 채워야 한다. 아니, 채우고 싶어 한다가 더 맞을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살아가고 있으니 제대로 아는 것 하나는 있었으면 한다. 제대로가 100%라면 그 숫자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때 아, 지금 나의 최대치는 여기까지는구나. 다시 느끼고 인정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 채우려는 행동을 하면 또 그냥저냥 살 것이다.
아무래도 모름을 완벽히 채워 넣는 것보다는 채우려는 행동이 살아가는 데 더 필요한 듯하다. 그러면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도 그냥 잘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