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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Jun 15. 2024

영하의 날씨 구독일기:14회_미친년 널뛰듯 뛰는 성격

영하의 날씨 구독일기: 기록 취미


최고의 면이든 최악의 면이든 모두 내 안에서 나온 것이다 … 다만 최악이 우러나올 때 그것이 내 전부가 아님을 알아주는 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 김영하 작가의 [영하의 날씨_14회 성격] 중에서..



성격 좋다는 말. 많이 들었다. 착하다는 말도 꽤 들었다. 하지만 미친년 널뛰듯 뛰는 성격이 내 안에 있다. 성격이 좋아 보이는 건. 착하게 보이는 건. 타인과 껄끄러운 관계가 되는 것이 싫어서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이 싫어 조용히 있다 보니 그런 것이다. 물론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와 선하게 행하는 행동과 말, 얼굴도 분명히 있다. 다만 그렇지 않은 내가, 참는 내가 있을 뿐이다.



미친년 널뛰듯 뛰는 성격은 언제부터 생긴 걸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급격하게 터져 나왔다. 다행히 자주 나오지는 않았다. 20대 때는 좀 덜 성숙한 미친년이었기에 나를 억압하는 사람에게 주로 튀어나왔다. 19년 동안 꾹꾹 눌러있던 것에 비하면 뭐… 양호하다. 아무리 널을 뛰어도 금을 밟긴 해도 넘지는 않았다. 사실 금을 확 넘어버릴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19년 동안 착한 아이로 산 시간이 있기에 쉽게 넘어가진 않았다. 미친년 널뛰는 성격도 정도는 아니깐. 아마? 그 정도로 눈이 뒤집히진 않았다. 대신 밟기는 많이 밟았다.



그런데 이 미친년 널뛰는 성격이 찰지게 찾아온 시기가 있다. 육아기간. 가장 아름다운 시간만 있어야 하는 그 시기에 지랄 맞은 성격이 자꾸 찾아와 터져 버렸다. 터뜨리고 싶지 않아 살살하려고 애를 써도 점점 더 고조되어 갔다. 내 의지와는 반대로 급상승하는 것이다. 머리와 말과 마음이 제멋대로 충돌하니 정말 말 그대로 미친년 같았다. 흑흑. 정말 하루동안 성격의 곡선이 몇 번씩 올라갔다 내려갔다 요동을 치는데. 입으로 내뱉는 말과 레이저를 쏘는 눈, 일그러진 얼굴에 내가 다 놀랄 정도였다. 아시려나? 독하게 나오는 말에 내가 놀라는 상황. 뭐야, 나 이런 사람이었어. 멈춰, 제발. 휴, 그런다고 멈출 입이 눈이 아니었다. 불쌍한 건 독이 향하는 자리에 있는 내 아이일 뿐이다. 무서워 벌벌 떠는, 눈물을 흘리는, 혹은 두려워 소리를 더 지르는 아이.


미안해...  


더는 미친년 성격이 널을 뛰게 둘 수가 없었다. 웃는 엄마와 화내는 엄마의 얼굴을 그대로 받는 아이에게 미안했다. 지나고 나면 아이가 잘 못한 건 별거 아닌 일이었다. 아니, 잘 못이 아닌 상황이 더 많았다. 아, 진짜 어디에 숨어있다가 나온 거냐. 이 미친년 널뛰는 성격아. 성격이 좋다고? 착하다고? 어디가? 아니면 내 아이에게만 그러는 거냐? 작아서 엄마를 놓지 못할 것을 알아서 인가. 나쁜 시절이었다.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바꾸고 싶었다. 이제 그만 잘라버리고 싶었다. 널뛰는 누군가를 잠재우기 위해 나를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읽은 육아서가 몇 권인데 다 대충 읽은 것 같았다. 어쩌겠어. 다시 읽고, 반성하고, 내려놓고, 나를 달래고,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그리고 무한반복. 그렇게 널뛸 수 없게 널빤지를 짧게 만들어 갔다. 이제는 꽤 짧아졌다. 다행이다.



최고의 성격도 최악의 성격도 모두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두 얼굴을 내 아이가 다 보았다. 최악이 나올 때 그것이 내 전부가 아님을 아이는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다려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두 얼굴을 보고도 옆에 있어주는 아이에게 고맙다. 그러니 고마움을 전해야겠다. 너를, 나를, 우리를 아프고 힘들게 하는 미친년 널뛰는 성격을 잠재우고, 웃는 마음과 얼굴로 너를 보고 안아주겠다고 말이다.



이렇게 지내보자. 사랑해 딸♡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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