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작심하고 꿈을 꾸겠다는 의미다. … 꿈도, 환상도, 이야기도 없는 시공간에서 인간의 정신은 숨을 쉴 수가 없다.
- 김영하 작가의 영하의 날씨 중
‘티처스’를 보고 있었다. 초밀착으로 아이를 살피는 엄마가 나왔다. 아이는 착했다. 엄마가 어떤 요구를 해도 ‘네’라고 했다. 화면 밖에서 보고만 있는 데도 심장이 답답해져 갔다. 결국 “맙소사. 내가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라는 말을 뱉어 버렸다. 순간 며칠 동안 내가 아이에게 한 행동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나갔다. 심각한 초밀착은 아니지만, 아닌 듯 하지만. 왠지 찔린다. 나라고 뭐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답답해하는 내 아이의 얼굴 표정이 떠오른다. 너는 자유롭게 살아라. 나처럼 답답한 틀에서 살지 말거라. 이 생각과 다짐은 어디로 간 걸까. 무엇이 아이를 답답하게 만드는 것일까. 무엇 때문인 건가? 그건 바로….
수학 때문이다. 아, 아니다. 수학과 영어 때문이다. 아닌가? 그래, 아니다. 수학, 영어, 국어, 독서…. 때문이다. 여기에 시간관리, 거짓말도 추가를 해야겠다. 다 아이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걱정하는 것이다. 아이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하는 걱정말이다. 그런데 정말인가? 음, 거짓이 들어가 있다.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이건 엄마의 진실된 사랑과 바람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다른 것도 있다. 들키기 싫은 엄마의 새까만 마음이 있다. 아이의 공부를 잘 봐주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겁내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지금 공부를 하지 않고, 자기 관리를 잘 못하면 힘들어져. 아이에게 말한다. 아이를 위한 마음이라 포장한다. 하지만 포장지 속에 담겨있는 진실은 '나'때문이다. 엄마라는 따뜻함을 뒤로 보내고 관리자 모드가 되어 '너를 위해서야.'뭐, 이런 소름 끼치는 말을 내뱉는다. 백설공주의 마녀 엄마가 생각난다. 이 맛있어 보이는 빨간 사과를 먹어. 너를 위해서야. 맛있어 보이지. 마녀 엄마는 정말 되기 싫은데. 진짜로 싫은데. 휴-우.이러다 아이가 진짜 질식사 하겠다.(+엄마도)
이 사과 맛있단다.~~;;ㅠㅠ (사진출처:네이버)
이렇게 지내다가는 아이도 나도 숨이 막혀 정신이 가출할 것 같다. 숨을 쉴 수 없는 시간을 보내다 진짜로 둘 다 눈이 뒤집힐 것 같다. 공기를 공급해야 한다. 과열된 관리자 모드를 최대한 내리고(포기는 못하겠다.ㅠㅠ) 따뜻한 엄마를 찾아야 한다. 숨을 쉴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소설책. 온라인 서점에서 청소년 문학책을 검색한다. 아이가 읽고 싶어 했던 이꽃님 작가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른 소설책도 같이 넣었다. 장바구니에 소설책을 넣는 순간 이상하게 불편하고 바빴던 내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아이도 소설책을 읽고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꿈과 환상을 꾸면서 정신적으로 숨을 쉬었으면 한다. 이렇게 숨을 쉬면 소설책과 소설책 사이에 수학책과 영어책, 국어책을 채울 수 있겠지. 엄마인 나도 정신적으로 숨을 쉬고 싶다. 읽고 싶은 소설을 담아볼까?
눈에 보이는 중등 언니 책을 꺼내봤어요. 몇 권 빼고 올해 산 책들이네요. 마음에 드는 책은 여러번 읽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