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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Aug 15. 2024

day13. 아령 잡고, 복싱 쉐도우

미친 몸무게라 복싱 시작합니다:1

복싱 일지:24.08.14. 수


그녀가 아령을 잡았다. 자세를 잡고 원투원투 연습을 한다. 맨손도 아니고 아령을 잡고 말이다. 분홍색 아령은 무게가 많이 나가진 않는다. 0.5kg의 무게를 갖고 있는 아령이지만 분명히 점점 무거워질 것이다. 하지만 아령이 들린 그녀의 팔은 흔들리지 않는다. 쭉-쭉. 곧게 뻗는 펀치는 무게감까지 느껴진다. 여전히 복싱연습을 하는 그녀는 멋있다.


체육관에 있는 아령입니다.~~


나도 아령을 들고 할 수 있을까? 왼쪽 어깨상태가 좋지 않다. 몇 년 되었다. 어깨를 들어 올릴 때 어떤 위치가 되면 근육이 아프다. 필라테스 운동을 할 때 고무밴드를 이용해 어깨 근육운동을 했을 때도 왼쪽 어깨를 들지 못했다. 이런 내가 아령을 들고 펀치연습을? 아령을 들고 원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하, 나도 하고 싶은 데. 멋있을 텐데. 몸이 아프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생긴다. 아쉽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의원에 가서 침이라도 맞아야 하는 걸까. 아직은 초보니깐 아령 없이 연습해도 되겠지.



어? 그런데 또 다른 그녀도 아령을 들고 있다. 맙소사! 아령을 들고 원투만 연습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퍼컷과 훅도 한다. 멀리 떨어져서 연습하는 그녀를 본다. 와-우. 진짜 멋지다. 저 절도 있는 펀치. 흔들리지 않는 팔. 굳건히 지탱해 주는 하체. 홀린 듯이 바라보게 된다. 아령 복싱 쉐도우가 이렇게나 멋있는 거라고? 이러면 더더욱 아령을 들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을 수가 없게 되잖아. 불타는 욕망을 안고 거울 앞에 섰다. 연습을 시작한다. 비롯 지금은 내 손에 아령은 없지만 언젠간 아령을 잡고 복싱 쉐도우를 할 그날을 위해서 맨주먹에 힘을 꽉 다. 원투-원투. 쨉쨉투-원투.


드디어? 나도? 반갑다. 아령아.


복싱 2주 차 때이다. 관장님이 무언가를 가지고 오신다. 어? 저건, 분홍색 아령이다. "회원님, 이제부터 아령을 들고 연습을 하세요." "아.. 네." 드.. 드디어. 나도? 속으로는 앗싸를 외쳤다. 하지만 대답은 차분했다. 복싱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흥분하면 안 되니깐. 가슴은 뜨겁지만 감정은 차가워야 냉혹한 링 위에서 승리할 수 있으니깐. 분명히. 후-. 아령을 들고 자세를 잡아 본다. 어색하다. 괜찮아, 처음에는 다 어색한 거야. 주문을 걸어본다. 다행히 내 옆에 아무도 없다. 호흡을 가다듬고 거울을 본다. 원투-원투.... 이런 할만하다. 그래 두 개를 합쳐봐야 1kg이야. 이 정도쯤이야. 3분 동안 아령을 들고 천천히 연습을 했다. 조금씩 팔근육이 뻐근해진다. 30초 쉬는 시간이다. 순간 고민했다. 계속해야 되나? 쉬어야 되나? 하면 할 수 있을 텐데. 그때 '스-윽'하고 그림자가 다가왔다.



"아령 내려놓고도 하세요." 관장님의 한 마디. 촉이 있으신 거다. 아니면 경험인가? 고민 끝. 후딱 아령을 내려놓고 연습을 했다. 쉽다고 할만하다고 만만해 보인다고 쉼 없이 계속하다 보면 탈이 나는 법이다. 반드시. 관장님의 피드백은 역시 하나도 놓치면 안 된다. 복싱 3주 차가 된 지금도 아령을 들고 복싱 쉐도우를 한다. 0.5kg의 아령을 양손에 들고 말이다. 대신 절대로 만만히 보지 않는다. 그러니깐 아령아, 우리 잘해보자. 나도 그녀들처럼 멋져지고 싶다. 오늘 복싱일지 끝.


집에 있는 것과 같아요. 집에서도 연습하라는 걸까요?.. ㅋ

사진출처: 내 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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