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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Aug 20. 2024

day14. 복수하고 싶다면 글러브를 껴야 한다

미친 몸무게라 복싱 시작합니다:1

복싱일지; 24.08.19. 월



관장님이 드디어 돌아오셨다. 휴가가 끝나고 돌아온 관장님을 보고 너무 반가웠다. 목, 금, 토, 일.  운동을 안 하니 몸이 너무 힘들었다. 더 아픈 건 아니었지만 근육과 관절이 뻣뻣해져 몸 전체가 가라앉아 있었다. 허리, 등, 목, 어깨가 분명히 다 따로인데 왜 하나처럼 느껴지는 걸까? 골반, 고관절, 허벅지 역시 하나가 아닌데 왜 로봇처럼 뻣뻣하게 걷는 걸까? 상황이 이러니 관장님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4일 동안 정말 한 번도 운동을 하지 않았다. 산책 조차하지 않았다. 물론 날씨가 너무 더웠다. 그렇다면 집에서 홈트나 요가라도 아니, 스트레칭이라도 해야 되는데 전혀 하지 않았다. 토요일 일요일은 원래 쉬는 날이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목요일과 금요일은 내 휴가는 아니니 운동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정말 휴가처럼 쉬었다.


이건 분명히 운동을 싫어하는 뇌 탓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뇌 탓이다. [운동의 뇌과학] 책을 읽고 있다. 책에서는 게으름이 기본값인 뇌를 갖고 있는 우리의 선조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운동을 싫어한다고 한다. 띵가띵가 쉬다가 사냥을 할 때만 몸을 움직이는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그런 것이다. 왠지 마음에 위안이 된다. 내 탓이 아니라 뇌 탓이라니. 그래도 이제 탑만 할 수는 없다. 관장님이 오셨다.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복싱을 하러 갔다.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아주 가볍게 살살하기로 마음먹었다.



몸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 체육 안에 도착했다. 체육관 문에 들어가기도 전에 팍팍 탁탁 탁탁 글러브와 미트가 만나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다. 문을 열고 체육관에 들어갔는데 어, 못 보던 분이 링 위에서 미트를 잡고 계신다. 아! 새로운 코치님이시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줄넘기부터 시작한다. 역시 몸이 무겁다. 운동을 시작했으니 더 이상 뇌 탓은 할 수 없고 이젠 어떤 탓을 해야 하나. 4일 동안 끊임없이 먹은 내 입과 내 배를 탓해야 할까? 아무래도 이번 주 내내 고생할 것 같다. 더 이상 탓은 하기 싫으니. 내 뇌가 복싱장에 가는 걸 기본값으로 느낄 때까지 계속 다녀야겠다. 이왕이면 월화수목금 빠지지 말고 열심히 말이다. 뇌가 내 탓을 할 때까지. "나 계속 게으르고 싶다. 그런데 너 때문에 더 이상 게으를 수가 없어."라는 말을 들으면 짜릿하겠지. 역시 뇌에게 하는 복수는 짜릿한 거다. 복수 성공을 위해 날카로운 칼이 필요하다. 그러니 내일도 운동하러 가야겠다. 오늘 운동 일지 끝.




힘든 날은 사진이 없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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