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위에서 미트 연습을 할 때 관장님께 물어보았다. 언제쯤 체력이 좋아질까요? 조금만 열심히 연습을 하면 곧 체력이 생길 것이라는 뭐 이런 희망찬 대답을 바라면서 말이다. 착각이었다. 점점 힘들어질 것입니다. 헉, 이런 대답이 나오다니. 뒤통수를 맞은 듯하다. 이런 어이없는 대답이라니… 아니, 운동을 하고 있는데 점점 힘들어진다니. 이게 뭔가 싶었다. 하지만 바로 수긍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복싱 개월수가 찰수록 연습을 많이 할수록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 제자리에서 원투 펀치만 날리던 초보 복성러는 스텝을 하면서 날리는 펀치를 배우게 된다. 필연적으로 말이다. 원-훅-투—원(+스텝)-투. 어퍼(+스텝)-훅-투-어퍼--훅(+스텝)-투. 어퍼-어퍼-어퍼-훅-훅-원(+스텝)-투. 처음에는 복싱 레벨이 올라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래, 평일에 매일 나와서 운동을 했으니. 이 정도 복싱 레벨은 배워야지. 하지만 곧 좌절을 했다. 아, 나는 리듬감이 없나 보다. 아닌데, 리듬감이 없지 않은데. 줌바도 배웠었는데. 라인댄스도 배웠고 말이지. 나름 잘했는데.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럴까?
그렇다. 빡-빠빡-빡-빠박. 복싱 리듬감이 몸에 스며들게 하기란 정말 어렵다. 어려워. 스텝과 주먹이 따로 논다. 따로 놀아. 박자를 왜 이렇게 못 맞추는 걸까. 나 박자도, 리듬감도 없는 사람인 건가.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나의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데 일주일이면 될까? 꿈도 야무지다. 2주 정도 되니 비슷하게 따라는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내 몸에 딱 달라붙지 않아서인지. 주먹도 스텝도 어색했다. 어깨에는 힘이 너무 들어갔다. 주먹을 던지듯이 끝까지 빠르지만 급하지 않게 날려야 하는 데. 이게 어렵다. 2주 차가 다 채워질 때쯤. 욕심을 버렸다. 모르겠다. 언젠가는 되겠지.
그러자 2주 차가 끝날 때쯤 스텝과 주먹이 따로 놀지는 않았다. 리듬감과 박자도 초초초급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래, 내가 리듬감이 제로일리 없지. 마이너스일리 없지. 역시 난 복싱에 재능이 있나 봐. 훗, 마음이란 것이 그렇다. 안 될 때, 잘 못할 때는 자존감이 한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든 견디면서 연습을 하면 어색함이 줄어들고, 리듬감이 박자가 좋아지는 나를 만나게 되어 자존감이 조금씩 올라간다. 예전보다 조금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면 금새 햇빛이 있는 땅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자존감이 빛을 만나면 상승기류를 타게 된다. 그것을 관장님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바로 쓰윽 옆으로 오시는 관장님.
회원님 한 번 해보세요. 아, 이때가 제일 떨린다. 떨리니깐 괜히 웃는다. 어찌 되었든 관장님 앞에서 죽어라 연습한 기술을 보여드린다. 리듬감아 박자야, 이번만 제발 살아있거라. 관장님의 피드백은 둘 중 하나이다. 부족한 부분을 알려 주고 다시 연습을 하는 것. 다른 하나는 다음 기술을 알려주시는 것. 이번에 받은 피드백은 다음 기술이다. 하하하. 아이 좋아라. 자존감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복싱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