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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Oct 04. 2024

2-2.복싱운동가기 귀찮을 땐, 흑백사진 찍으러 가요

미친 몸무게라 복싱 시작합니다:2


복싱일지: 24.10.03. 목_휴일. 그래도 써요. 9월의 어느 날들의 일지



운동 가기 진짜 싫을 때..
그냥, 사진 찍으러 가요.

‘사진 스팟을 만들겠어!’

뭐, 이런 귀여운 생각을 하면서요.



복싱 2개월 차가 끝나갈 때쯤 오전에 복싱 운동을 하러 갔었다. 늦은 밤에 운동을 하러 갈 때는 보지 못했던 장면을 보게 되었다. 복싱 체육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체육관 바닥까지 닿아 있었다. 여기까진 그저 평범한 장면이었다. 오전이라 햇빛이 창문으로 많이 들어오네. 딱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줄넘기를 챙겨서 샌드백 쪽으로 이동을 하다가 체육관 바닥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아니,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너무 이뻐서.


오전에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 이쁘다. 사진으로 이쁨이 다 담기지 않아서 아쉽다..



이건 무조건 사진으로 찍어야 해. 자동반응이다. 창문에 붙은 ‘SIMPLE BOXING’ 글자가 그림자가 되어 체육관 바닥에 블랙&화이트로 세상 심플하고 멋있게 존재하고 있었다. 나 좀 감상해 봐. 블랙&화이트의 매력을 느껴봐. 바로 휴대전화기를 들고 카메라를 켰다. 쿵쾅쿵쾅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1초의 흔들림도 없이 흑백모드 필터를 선택했다. SLR 카메라가 없어 순간 조금 아쉬웠지만 심장은 여전히 뛰었고 입은 귀에 걸렸다. 이 장면을 어떻게 찍어야 마음에 딱 드는 한 컷이 나올까. 휴대전화기를 내 키보다 더 높게 올려보았다. 눈높이로 내려 보았다. 심장, 골반, 무릎, 발목, 바닥 순서대로 위치를 바꿔보았다. 아, 뭔가 허전한데…


나쁘진 않지만.. 뭔가 허전해요..~;



그때였다. 저 앞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다른 회원님이 보였다. 하필이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있는 그 자리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으셨다. 나도 모르게 줌인을 했다. 어쩔 수 없다. 자동 반응이다. 전체 샷은 실례가 될 수 있으니. 딱, 무릎 있는 곳까지 줌인을 했다. 이거다. 역시 사진은 사람의 인체가 들어가야 한다. 심지어 빛까지 도와주고 있다. 찰칵. 찰칵. 캬. 좋다. 나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복싱 운동하러 왔다가 흑백사진에 빠져버린 것이 조금 웃기지만. 뭐, 상관없다. 내가 만족하면 되니깐. 취미란 그런 거니깐. 혹시 나중에 마음과 달리 너무너무 운동가기가 귀찮아지면 흑백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핑계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수록 괜찮은 핑계다.


취미 사진이 좋은 이유~. 오늘은 귀찮지만 사진이라도 찍으러갈까! ㅋㅋ


◇ 운동 가기 귀찮을 때 흑백사진 핑계 스토리 ◇

“아, 오늘은 진짜 가기 싫다. 끙-. 그러면 흑백사진이나 찍으러 갈까?”

“복싱 체육관에 온 김에 줄넘기나 할까?”

“에잇, 귀찮긴 한데. 글러브를 챙겨 왔으니. 샌드백이나 살짝 쳐볼까?”

“자, 회원님 링 위로 올라오세요!”

“어, 그.. 그럴까요? 이왕 땀 흘렸으니…”




나도 사진 프레임에 들어가 보면 어떨까 싶어 타이머를 해서 찍어보았다. 역시 구도가 별로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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