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하고 싶은데 죽어라 안 되는 기술이 바로 ‘훅’이다. 벌써 3주가 넘었다. 이젠 훅각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 어쩜 이리도 감이 없을까. 그래도 3주 동안 연습을 해서인지 오른 훅은 많이 좋아졌다. 좋아진 것이 맞겠지. 음. 완벽하진 않지만 느낌이 나름 훅각이다. 아니다. 확실히 훅각의 냄새가 난다. 상체와 골반이 먼저 회전하고 비어 있는 공간을 이용해 바로 오른 주먹이 ‘훅’하고 날아가 퍽하고 꽂힌다. 이때 화룡점정으로 오른발 회전까지 나와주면. 크~. 이거지. 바로 이 느낌이다. 훅각이 꿈틀꿈틀 살아있는 느낌. 그런데 문제는 왼쪽 훅이다.
진짜 죽어라 안 된다. 아니, 도대체 왜일까. 상체와 골반을 먼저 회전시키는데 참 어색하다. 관장님이 계속 상체와 골반 회전부터 하세요.라고 피드백을 주신다. 끄응, 저도 알고는 있어요. 분명 제 뇌는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단지 이 슬픈 왼쪽 어깨-옆구리-허리-골반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아니지, 이젠 왼쪽 팔과 손목, 주먹까지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아, 근육이 뻗뻗하게 굳어 슬픈 훅각이여. 내 어찌 너희들을 탓하겠니. 이게 다 운동을 멀리하며 대충 누워서 살아온 게으른 세월 때문인 것을. 다행히 세월이 더 흐르기 전에 지금이라도 운동을 시작했으니 다행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이다. 뻗뻗하게 굳은 근육을 살살 달래 가며 눈 뜨고 볼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훅각을 연습하는 것 밖에 없다. 훅, 훅. 훅, 훅. 훅, 훅.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한 시간이다.
샌드백 훅연습중~~~
설마 이젠 이미지 트레이닝도 먹히지 않는 건가. 왼쪽 어깨가 자꾸 위로 올라가고 힘이 들어간다. 빈 공간이 생기자마자 바로 훅을 날려야 하는데. 자꾸 팔을 뒤로 뺀다. 훅을 크게 ‘후-욱’ 하고 팔을 멀리 원을 그리듯이 날려야 하는데. 자꾸 몸통 앞에서 소심하게 ‘휙, 휙’ 날린다. 상대방의 옆구리가 아니라 내 어깨를 치려고 한다. 훅각의 공식은 어렵지 않은데. 몇 번을 연습해도 참 멋이 없다. 멋이. 복싱은 멋인데. 하긴 멋은 기본자세가 돼야 나오는데. 기본이 없으니 멋이 생길 리 없구나. 아. 또 슬퍼진다. 훅이 훅처럼 보이지 않아 슬퍼지는 초보 복싱러이다. 그래, 맞다. 그런 것이다. 기술은 언제나 말만 쉽다. 말만. 아니면 관장님이 너무 쉽게 해서 그런 것일까. 아, 아니다. 이렇게 물렁해지면 안 된다. 정신 차리고 다시 훅각 연습을 하자.
훅, 훅. 훅, 훅. 훅각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본다. 연습해서 안 되는 건 없으니깐. 지금은 훅각을 100% 완성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50%의 실력으로 100%을 노리다니. 말도 안 된다. 도둑놈 심보였구나. 우선 70~80% 정도 머리로 이해한 것을 몸이 그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만 연습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딱 한 두 걸음만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된다. 어차피 곧, 언젠가, 훅각은 나올 테니깐. 분위기를 바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맨손 연습에서 0.5kg의 아령 두 개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다시 훅각을 연습한다. 어? 확실히 맨손으로 할 때보다 펀치에서 묵직한 느낌이 난다. 역시 관장님의 피드백은 잘 들어야 한다. 한 달 동안 훅 연습을 하면 훗 훅각의 멋이 제대로 나올 수 있겠지. 그때가 되면 자랑해야겠다. 오늘의 복싱일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