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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Oct 25. 2024

2-17. 결국 체력은 밥심만으로는 안 되는 거였다

미친 몸무게라 복싱 시작합니다:2

복싱일지:24.10.24. 목


점심밥과 저녁밥을
든든히 먹어도
체력은 올라가지
않는 거구나.
흑흑.


여기는 링 위. 벌써 밤 10시 30분이 되었다. 체력이 떨어지는 목요일이지만 괜찮다. 똑똑하게 점심과 저녁을 든든히 먹고 왔다. 저녁을 먹고 3시간이 지났으니 위에도 부담이 없다. 어깨와 팔꿈치 근육을 섬세하게 풀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지나간 일. 최소한의 상황으로 최대치의 결과를 내면 된다. 오늘도 가벼운 민트색 미트로 연습을 해야 하지만 안전과 자신감 회복을 위해선 괜찮은 선택이다. 여유롭게 링 위에서 관장님의 민트색 미트와 내 글러브가 인사를 했다. 삐-익. 1세트(3분) 시작.


처음 항상 화이팅! 입니다.


월, 화, 수. 3일을 버티고 나면 목요일은 항상 아침부터 힘들다. 그런데 오늘은 근육통까지 더해져 평소보다 힘들었다. 결국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해 늦잠을 자고 말았다. 목요일은 오전 일정이 있다. 정신없이 준비를 하고 일단 출발했다. 그래서일까 점심에 배가 너무 고팠다. 진짜 심하게 고팠다. 아침을 먹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이렇게 허기가 갑자기 지다니. 아무래도 진짜 체력이 바닥나고 있나 보다. 이럴 땐 무조건 뜨끈한 국물을 먹어줘야 한다. 물론 집이 아니라 나가서 말이다. 그래서 나주 곰탕을 먹으러 갔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곰탕 국물 한 방울, 밥알 한 톨을 남기지 않고 후루룩 싹싹 없앴다. 구수한 숭늉까지 거의 끝장을 냈다. 역시 뜨끈한 국물과 밥이 들어가니 기운이 올라왔다. 그래, 체력이 떨어지면 일단 뜨근한 곰탕 한 그릇을 먹어야 해. 그럼 그럼.



나주 곰탕의 힘을 느끼면 오후 일정을 해치웠다. 이런 소화가 다 되었나 보다. 체력소모가 느껴졌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쉐이크를 먹어… 아니지, 마셔야 하나. 아주 잠깐 고민을 했지만 저녁에 복싱 체육관에 가야 한다. 결심했다. 다시 한번 더 든든하게 저녁을 먹기로. 왜? 오늘은 체력이 떨어지는 목요일 이니깐. 딸아이가 시간에 맞춰서 ‘유린기돈가스’를 배달해 주었다.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돈가스의 느끼함을 잊게 해 주었다. 옆에서 새우튀김 우동을 먹고 있는 딸에게 3조각의 돈가스를 나누어주고 나머지는 내가 다 먹었다. 아주 든든했다. 이제 저녁일정을 마무리하고 나면 복싱 운동하기 딱 좋은 상태가 될 것이다. 오랜만에 점심과 저녁을 제대로 먹었더니 목요일치고는 몸 상태가 괜찮았다. 역시 목요일은 밥을 먹어줘야 체력이 충전된다. 오늘 복싱운동이 기대된다. 히히히.



삐-익. 1세트 끝. 30초 쉬는 시간이 되었다.

“헉헉헉. 아이고… 힘들어라.”

링 줄을 잡고 거친 숨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때, 관장님의 한 마디가 날아왔다.

“아니, 벌써 힘드신 건가요?”

아, 저 날카로운 비수의 말.


이 링 줄을 잡고 헉헉헉거렸답니다.ㅠㅠ


그러게요. 관장님. 오늘이 목요일이라 체력이 바닥인 날이긴 한데요. 그래도 제가 나름 체력을 보충하려고 일부러 점심과 저녁을 든든하게 먹었거든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흑흑.



이렇게 따따다다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목구멍에서 걸려 끝끝내 내뱉지 못했다. 그저 링 줄을 붙잡고 헉헉헉거리기만 했다. 슬프게도. 30초라는 짧은 쉬는 시간에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다. 체력은 밥을 잘 먹는다고 해서 쭉쭉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특히 오늘 같이 힘든 목요일에는 더더욱. 결국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달리기와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버렸다. 이제 더는 뒤로 물러날 핑계가 없다. 체력이 없으면 복싱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없다. 이대로 가다간. 성격만 나빠지겠다. 아파트 헬스장에 다시 출근해야겠다. 일주일에 2~3일은 근력운동을…. 휴, 가능할까 모르겠지만. 일단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못하면 링 위에서 여전히 관장님의 비수의 말을 듣게 되겠지요. 오늘의 복싱 일지는 조금 슬프게 끝나네요. 체력아, 너는 언제 나에게 올 거니. 응?


3세트 끝나고 누웠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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