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의 꽃. K.O. 의 꽃은 버로 어퍼컷이다. 어퍼컷 한방이면 판을 흔들 수 있다. 이러니 카운터 펀치인 어퍼컷 연습을 안 할 수가 없다. 거울을 보고 어퍼컷 연습을 시작했다. 오전이라 어깨가 덜 풀렸나 보다. 어퍼컷이 영 어색하다. 어퍼컷 펀치는 등근육을 이용해서 순간적으로 힘을 주지만 어깨에는 힘이 많이 들어가면 안 된다. 최대한 등근육을 느껴보려 노력하면서 어퍼컷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역시 이상하다. 상대의 턱을 치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펀치에 힘이 들어가야 하는데.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있다. 타격감이 전혀 없는 어퍼컷이다. 어퍼컷을 칠 때 어깨를 살짝 튕겨주면 더 강하고 빠른 펀치가 된다. 그런데 나의 어깨는 전혀 자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어깨에 돌덩어리가 올라가 있는 것처럼 무거운데 힘은 없다. 이런 내 어깨가 오늘따라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상상했던 복싱의 꽃. 어퍼컷은 이대로 사라지는 걸까.
복싱의 꽃. 어퍼컷! (사진:픽사베이)
어깨 안 좋으신 분? 손 한번 들어주십시오.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면 나는 두 손을 다 들어야 한다. 어깨에 힘이 없다. 몇 년 전부터 어깨 주변에 통증이 조금씩 느껴졌다. 통증이 심할 때는 두 팔을 책상 위에 기대고만 있어도 금세 어깨가 아파왔다. 정말 당황스럽고 속상했었다. 뿐만 아니라 어깨 주변이 많이 뻣뻣하다. 두 팔을 허리 뒤로 돌려 깍지를 끼는 자세가 안된다. 음.. 설마 등에 넘쳐나는 살 때문일까? 아니면 등이 굽어서인가? 설마 거북목도 한몫을 할까? 적다 보니 어깨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다 어깨, 등, 목, 가슴근육. 상체 근육이 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아, 어깨만 안 좋고 싶어 진다. 이런 어깨를 상체를 가지고 있으니 어퍼컷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거구나 싶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꽃을 피우려면 물을 주어야 한다. 거름을 주어야 한다. 바람과 햇빛을 주어야 한다. 이제부터 약간은 방치되고 있던 어깨와 상체를 돌봐주어야겠다.
그런데 왜 병원에 가지 않냐고요? 그러게요. 병원에 가긴 해야 하는데. 그전에 뒷짐 지는 거쯤이야. 어떻게든 나 혼자 어깨를 풀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 때문에 아직 미루고 있는 중이다. 귀찮아서가 밑에 깔려있긴 하지만. 아무튼 아직까진 혼자서 끙끙거리며 헤쳐 나가려고 하는 데. 날씨가 쌀쌀해지니깐 통증이 조금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조만간 침을 맞으러 한의원에 갈 수도 있다. 그래도 한의원에 가기 전까진 집에서 폼롤러로 무지하게 마사지하고 있는 중이다. 폼롤러로 마사지를 하고 나면 그나마 어깨 주변이 편안하다. 그래서 요즘 복싱운동가기 전후에 열심히 폼롤러로 상체 마사지를 하고 있다. 사실 폼롤러 위에서 살고 있다. 또, 요가링이나 땅콩볼도 사용한다. 심지어 복싱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다가 샌드백 존에 있는 네모난 철 기둥에 어깨, 등, 승모근을 대고 꾹꾹 누르면서 마사지를 한다. 참 처절하게 상체근육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복싱의 꽃 어퍼컷 때문에.
어깨야 풀려라! 샌드백 치면 좀 풀려요.
정성을 이만큼 쏟았으니. 어깨와 등이 좀 편해졌을까? 휴, 다행히 조금 아주 조금 좋아졌다. 아령을 들고 어퍼컷 연습을 하고 있는 데 관장님이 칭찬해 주셨다. 힘들어 죽겠는데 이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거울에 비친 어퍼컷을 연습하는 나를 보았다. 확실히 간결하지만 힘이 느껴진다. 어깨를 사용하는 것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다시 통증이 생기려고 하지만 이제는 그냥 나 몰라라 하면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복싱의 꽃인 어퍼컷을 원하니깐. 그 꽃을 얻기 위해서는 마땅히 돌봐주고 달래주고 챙겨주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너무 잘 안다. 지난날에는 챙겨주지 못했으니깐.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챙겨주면 활짝 어퍼컷 꽃이 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