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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Nov 11. 2024

23. 첼로처럼 낮은 소리를 내며 나로 살고 싶다

영하의 날씨 구독일기:기록취미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크고 우람한 나무처럼 도드라지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은 그늘도 크다. 그 그늘 속에 존재감 없이 묵묵히 앉아 있는 이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김영하 작가의 영하의 날씨_23회 ’ 쓸모‘] 중에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우람한 나무처럼 도드라지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그늘 속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기서 내가 원하는 존재감이란. 화려한 크기나 무성한 잎이 주는 아우라로 생기는 존재감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한 매력이 흘러나와 풍부한 색깔을 만들어 가는. 알고 보니 따뜻하고 괜찮은 모습이 있는. 그런 은근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길 원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은근한 첼로 같은 ‘ 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악기의 여왕인 바이올린보다 첼로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따뜻한 음색과 풍부한 울림으로 오케스트라의 저음부를 담당하는 첼로 같은 매력을 지닌 사람이 되어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바이올린처럼 화려한 선율을 들려주며 사는 삶이 아니라. 첼로처럼 낮은 소리를 내며 나를 위해 조용히 살아가는,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또한 첼로는 넓은 음역대를 가지고 있는데, 나도 첼로처럼 넓은 시야를 갖길 원한다. 그 넓은 시야 안에 들어온 모든 것을 가슴에 담아 천천히 음미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렇게 ‘은근한 첼로 같은 매력’으로 살아가다 보면 내 안에 나를 온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온전히 채운다는 것은 마음이 원하는 일을 모른 척하지 않고 시간을 내어 묵묵히 담아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원하는 것을 묵묵히 담으며 걸어가는 삶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은근히 눈길이 간다.   

 


첼로처럼 따뜻함과 울림을 주는 사람은 부담스럽지 않아서 눈길이 가고, 편안해서 가까이 두고 싶어 진다. 은근한 첼로의 매력으로 무장해 나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언젠간 다시 만나고 싶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만났을 때 예전과 크게 바뀐 것이 없어 보이지만, 분명 무언가 달라져 있어 또 눈길이 가는 사람이 바로 첼로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나는 은근한 첼로처럼 매력적으로 살아가고 싶다. 조용히 낮은 소리를 내며 살다 보면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부족할 수 있지만, 따뜻함과 울림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삶을 살길 원한다. 첼로처럼 낮은 소리를 내며 나로 살고 싶다.






사진출처:언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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