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육아용품 사는 게 정말 귀찮고 시간을 잡아먹네'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백화점밖에 없네' 하고 지나칠 수 있는 문제인데 이걸 앱을 통해 해결해 주니 생활이 한층 편리해짐을 느낀다. 육아를 하다 보니 '이런 건 내가 직접 해결해 볼까' 하는 문제들도 꽤 있다. 그런 문제들은 시중에 제품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적어 두고 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이게 없었으면 어쩔까 싶을 정도로 매일 쓸 수밖에 없는 앱과 제품들이 있다. 협찬은 전혀 받지 않았고 앱을 기획하던 엄마 입장에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다.
1. 베이비타임
아기들은 먹고 놀고 자고 싸고 하는 것들이 전부라 먹는 양과 시간 등을 기록해 두면 좋다. 소아과에 진료를 보러 갈 때 의사 선생님께 참고로 보여드리기도 한다. 이걸 종이에 적으면 오래 걸리고 외출 시에도 들고 다녀야 해서 번거롭다. 정신없이 육아를 하다 보면 하루에 맘마를 총 몇 ml 먹였는지, 기저귀는 몇 번 갈았는지 등을 체크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데 이 앱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기록이 되고 일간/주간 시간표 형식으로 패턴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엄마들이 열심히 입력한 데이터는 머신러닝을 통해서 내 아기와 비교해 주어 적절히 먹이고 있는지 월령에 맞게 잠은 충분히 자고 있는지 체크도 할 수 있다.
'이제 아기가 배고플/졸릴 때가 되었나' 하는 것만 알아도 엄마는 계획 짜기가 쉬워지는데 '마지막 수유 O시간 O분 전'과 같은 형식으로 알려주어 머릿속으로 생각하느라 쥐 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소변 버튼을 길게 누르면 대변으로 기록되기도 하고 마지막 수유량을 저장했다가 자동으로 입력해 주거나 자주 입력할만한 메모를 디폴트로 넣어주는 등 디테일이 잘 구현되어 있다. 버튼의 배치도 가장 많이 쓸법한 버튼부터 순서대로 정렬해 놓았다. 시간 설정 시 1분씩 조정하기 귀찮은데 5분 10분 혹은 1시간 단위로 버튼의 단위도 적절히 입력되어 있다. "아기의 패턴 기록 및 분석"이라는 가장 중요한 기능에 집중하기 위해 기타 메뉴는 상단 케밥 메뉴 아이콘이나 하단에 확장되는 플로팅 버튼을 활용해서 숨겨 놓은 것도 적절해 보인다. 이 앱은 기록하는 기능 하나만으로 너무 좋다 보니 조리원 동기들이 다들 쓰고 있다고 해서 다운받았는데 집에 온 이후로 이 앱을 안 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걸 의존하게 된다. 조금 투박해 보이는 디자인이 살짝 아쉬운데 약간만 세련되게 리뉴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2. 맘맘
아빠들이 육아가 쉬워 보인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아기를 키우는 일은 어렵다. 거기에 한몫하는 게 육아템 구매할 때 어떤 기준으로 사야 할지 고민하는 일이다. 아기를 먹이고 입히고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일 외에도 발달 단계에 맞게 장난감도 사야 하고, 이유식 만들기 위한 재료와 식기구들도 사야 하고, 유모차는 또 어떻고 낮기저귀 밤기저귀 등등.. 살 때마다 내 아이에게 맞을지, 가격은 예산 범위 내인지, 튼튼한지, 열탕소독이 가능한지 등등 고려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문제를 '국민 육아템 랭킹'을 자세한 리뷰와 함께 알려주는 걸로 해결하다니 창업한 분께 박수를 주고 싶다. 문제 해결에 있어서 문제를 정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해결책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육아템 랭킹이야말로 적절한 해결책인 이유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간도 없고 생각하기 싫어도 국민템을 사면 무난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앱을 써 보니 육아템 랭킹과 핫딜, 육아 꿀팁들이 찾아 헤맬 필요 없이 눈에 딱 들어온다.
부가부 버터플라이 유모차나 스토케 트립트랩처럼 품절 대란이 있는 템들은 괜히 인기가 많은 게 아니다. 쓰기 쉽고, 견고하고, 오래 쓸 수 있고, 디자인이 훌륭하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국민템이라고 해서 꼭 비싼 것만은 아니다. 나 역시 원래 성격상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엑셀로 표를 만들어 꼼꼼하게 체크하고 구매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육아용품은 내가 잘 시간과 꼼꼼함과의 대결에서 내가 잘 시간을 더 확보하는 쪽으로 기울기 때문에 어느 정도 포기를 하고 국민템을 살 때가 많다. 정 바쁘면 일단 국민템을 사 보고 아니다 싶으면 반품을 하고 사용했던 경험을 살려서 다른 제품을 알아보기도 한다.
아기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수유실과 기저귀갈이대가 없는 곳은 가기가 어렵다. 나 역시 그런 시설이 없는 곳으로 외출을 갈 때는 화장실도 가지 못할 때가 많다.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는 동네 작은 가게들은 장애인 화장실도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아서 아기를 혼자 유모차에 두고 볼일을 보기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앱은 수유실/기저귀갈이대 등 필터를 선택하면 아기와 갈 수 있는 장소 중에 해당 시설을 구비한 곳을 지도에 표시해 준다.
이렇게 대부분 '육아용품 사는 게 정말 귀찮고 시간을 잡아먹네'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이 백화점밖에 없네' 하고 지나칠 수 있는 문제인데 이걸 앱을 통해 해결해 주니 생활이 한층 편리해짐을 느낀다. 육아를 하다 보니 '이런 건 내가 직접 해결해 볼까' 하는 문제들도 꽤 있다. 그런 문제들은 시중에 제품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적어 두고 있다.
3. 릴린저 아기 비데
아기를 키우는 것도 처음이지만 아기 용품을 구매하는 것도 처음이라 실수가 참 많았다. 아기 비데의 경우에도 세면대 설치용 제품이 있었는데 우리 집 세면대에 설치하기가 어려운 유형의 제품이라는 것도 모르고 구매를 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남편에게 설치를 맡겼는데 도저히 못 하겠다고 포기할 만큼 설치가 복잡했다. 처음에는 '다른 집 남편들은 다 하는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직접 설명서와 자잘한 부속품을 보고 나니 도저히 엄두가 안 날 정도였다. 쇼핑몰 리뷰에도 설치가 너무 복잡하다는 평들이 많았다. 남편이 서너 시간 동안 잠을 자도 피로가 회복이 되고 일을 하면 얼마라도 더 벌 텐데 이 제품을 설치하는 데에만 그만큼의 시간을 쓰기엔 너무 아까웠다. 결국 반품을 하고 훨씬 저렴하고 심플한 제품을 사니 스페어 화장실에 부착해 놓고 아기만 쏙 들어서 올려놓으면 되고 세척도 편리해서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이 제품들의 공통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나같이 직관적이고 심플하다. 앱의 경우에는 버튼 하나로 기록과 저장이 되거나 결과를 쉽게 열어볼 수 있다. 아기 비데는 설치하기 위해 설명서를 볼 필요 없이 1초면 충분하고 일체형 바디로 되어 있어서 세척이 간편한다. 육아를 위한 제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엄마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는지 그리고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직관적인지 여부이다. 아빠가 함께한다고 해도 주양육자는 엄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엄마가 혼자 할 수 있을 만큼 설치가 쉬운 게 좋다. 단순 반복업무를 줄이든, 고민할 시간을 줄이든, 설치할 시간을 줄이든 시간이 절약되면 엄마들은 좋아한다. 거기에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깔끔한 외관이면 금상첨화다.
요즘 출산율이 떨어졌다고 해도 육아 용품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에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잘 만들어서 수출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물론 복제품이 빠르게 퍼져서 금방 잠식당하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엄마들의 깐깐한 눈을 만족한다면 해외에 나가서도 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팔리는 육아 용품은 북유럽 쪽 브랜드가 많다. 견고하고 아기와 눈 맞춤이 되기로 유명한 스토케 유모차, 신생아도 쉽게 안을 수 있는 베이비뵨 아기띠와 아기가 흘린 음식이 그릇처럼 된 부분에 쏙 담기는 베이비뵨 턱받이 등 대부분 견고하고 쓰기 간편한 제품들이다. 디자인적으로도 조잡함이 없이 깔끔하고 세련되었다. 그런 면에서 코니바이에린의 슬링 아기띠처럼 심플하고 가볍고 예쁜 제품을 수출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국내 회사들도 심플하고 직관적인 사용성과 심미성을 고려해서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어 수출했으면 좋겠다.
한편 앱의 경우 한국 시장은 구글, 왓츠앱, 아마존 등의 기라성 같은 서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카카오톡, 쿠팡과 같은 국내 앱이 점령하고 있는 것만 봐도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동남아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걸 보면 아시아에서 한국 앱의 위상은 점점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육아앱 역시 해외에서 만든 앱을 쓴 적이 거의 없을 만큼 국내에 좋은 앱이 많다. 보통은 베이비빌리의 출산 디데이처럼 간단한 기능을 내세워 사용자가 모이면 핫딜이나 쇼핑 쪽으로 수익 창출을 하는 것 같다. 여기서 하나 빼먹은 게 당근(구 당근마켓)인데, 당근이 캐나다 등에서 현지화를 통한 론칭에 성공했듯이 이제 국내 육아앱들도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에 충분히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육아를 하면서 앱을 쓰든 제품을 쓰든 어떻게든 내가 하던 일과 연관시켜 보게 된다. '내가 만들면 이렇게 만들었을 텐데' 하는 것들도 적어 둔다. 어떤 관점에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물론 함께 적어둔다. 육아 일상에서 느낀 것들을 그냥 생각만 하고 지나치면 찰나의 생각에 불과하지만 메모해 두었다가 글로 승화시켜서 매주 의무적으로 발행하니 이렇게 멋진 브런치북이 되는 것처럼, 작은 노력이고 깊이 사고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내가 하던 일을 잊지 않으려 메모한 것들이 복직 후에는 빛을 발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