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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Sep 11. 2019

퇴사 이후 나의 리얼한 단상

실패와 합리화가 한가득

그래서 이제 나는 어떻게 살지?!

아침에 눈을 뜰때면 늘 무언가 생각을 하면서 깬다. 오늘 아침에는 "그래서 이제 나는 어떻게 살지?"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며 누운 채로 자신의 한심함을 되새겨 보았다. 삶에서 저 질문에 확신을 가져 본 적이 있었나. 아니, 상황이 안정되어도 불안정해도 늘 자기확신의 부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존재했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 둔 뒤 3년 동안 단 한 순간도 편한 마음으로 눈을 떠본 적이 없었다.


4년 전, 다니면 회사를 그만두고 쉬던 중 집에 남는 방을 활용해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어 처음으로 받는 일이 아닌 사업형식의 돈을 벌어보았다. 그리고 그 경험은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만들었고 내가 주인이 되는 맛을 알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집은 재개발로 곧 정리할 집이었기에 에어비앤비는 오래 하지 못했고 부모님을 떠나 첫 독립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월세와 생활비를 위해 일단 회사를 다시 구해 들어갔다. 이 무렵 나는 꽤 오래하던 UI디자인에 대해 권태와 슬럼프에 빠져 있었기에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었고 퇴근 후에는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오늘 어떤 분의 브런치를 보다보니 UI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불안도 한몫했던 것 같다. (관련 글 : UI/UX 디자이너의 살 길) 그 무렵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글을 쓰면서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효능감이 하나 더 늘어났다.


그렇게 들어간 회사는 채 1년을 채우지 않고 그만두었다. Creative market이라는 폰트와 디자인소스 판매 사이트를 알게 된 후 더이상 회사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새로운 애인에게 반해 만나던 애인에게 금세 식어버려 떠나듯이, 나의 퇴사는 늘 그런식이었다. 조금 만 더 버티면 퇴직금을 받는건데 쓸데없는 자신감과 젊은 혈기로 이런 저런 합리화를 하며 그렇게 마지막 회사를 나왔다. 안정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도 늘 설레고 반짝이는 것만을 찾으며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나의 성향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은 멋지게 보이지만 이를 감당할만한 노력과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그 후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스티커, 디자인 소스를 판매하는 많은 플랫폼들



할 수 있는 것은 다 손댔다


첫 수익은 IOS 메시지 스티커.

아이폰 IMessage앱에서 사용되는 이모티콘 스티커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해본 적 없는 이모티콘 디자인을 해서 올려보았다. x-code프로그램도 처음 설치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 해보는 것 투성이라 아주 진땀이 났던 기억이 난다. 애플은 앱이나 스티커를 올리려면 연 13만원 정도의 멤버십에 가입을 해야한다. 과연 팔리기나 할지 전혀 감이 안오던 당시에는 이 본전은 뽑아야한다는 생각도 꽤나 부담으로 다가왔다. 신기하게도 한 달이 안됐을 때 내가 만든 스티커가 앱스토어에 피쳐되어 월 100만원이 넘는 수익이 나왔고 이후 몇 달 동안은 이것이 내 기본 수익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이모티콘, 스티커는 워낙 많고 초기에 비해 수익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주수익원이 되기에는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x-code도 설치한김에 앱을 만들어보기로 하고 동영상 강의를 보며 앱개발을 공부했고 3개월만에 어찌 어찌 틀린그림찾기 앱을 만들었다. 이때 동영상 강의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내가 디자인 강의를 만들어 올리겠다고 생각이 들어 1달 정도를 소요해서 강의를 만들어 판매했다. 강의 한 개당 10~30만원 정도가 매달 들어왔다. 이때 강의를 여러 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여행책을 쓰고 싶어졌다. 10년 전 갔던 유럽에서 얻었던 영감과 '그때 그림을 그려서 책을 내고 싶었는데'라는 과거회귀적인 생각으로 부다페스트행 티켓을 끊고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다.  


그리고 부다페스트 여행을 가기 전 오랫만에 부모님집에 들렀다. 경기도에서 텃밭을 가꾸고 사시는 엄마가 지하철이 무료라며 먼 지하철역까지 걸어다니는 것을 보는데 왈칵 죄책감이 들었다. 지금 정신없이 갈피를 못잡는 나, 그 와중에 유럽으로 한 달 동안 여행을 가는 나, 정말 가는 것이 맞는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고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안가도 후회할 것 같아 그냥 계획대로 부다페스트에 다녀왔다. 여행지에서 여행정보를 블로그에 올리고 구글애드를 붙였는데 내가 내 광고를 클릭하는 바람에 한 달 계정 정지를 먹기도 했다. 그리고 오래 전 부터 꿈꿨던 스케치를 카페에서 하는데 꽤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  



다녀와서 이제 하기로 한 책작업을 해야하는데 이내 불안이 엄습했다. 이대로 몇 달을 투자했는데 안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대로 텀이 더 늘어나면 다시 회사를 구할 때도 문제가 될텐데라는 불안이 더해져 당분간 다시 회사를 다닐까 고민하고 면접을 두어군데 보기도 했다. 하지만 뭐가 됐든 마음을 먹었으면 하기라도 하자라는 마음으로 몇 달 동안 책작업에 몰입했고 출판사와 컨택후 몇 군데에서 메일이 와서 그 중 한군데와 계약을 했었다. 계약 후 실제 내용을 채우는 동안 출판사와 다른 방향성에 해약을 했고 조금 여유를 찾은 다음 더 맞는 곳과 계약을 하자하고 일단 스톱했다. 그 후 나는 또 다른 선택을 했다. 내가 오래 해왔던 웹디자인을 활용해 워드프레스 템플릿을 만들기로 했다. 일단 템플릿을 구매해서 필요한 개발 공부를 부분적으로 하며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템플릿을 만들었다. 3개월 동안 만들었지만 themeforest 마켓에서 승인이 되지 않아 판매를 할 수 없었고 일단 다른 마켓에 올렸다.  


그 후 나는 이 불안과 들뜸을 해결하지 않으면 계속 삽질만 할 것 같고 도저히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명상센터에 찾아가 명상을 하게 되었다. 그 명상은 꽤 도움이 되었다. 과거의 모든 일을 떠올리고 비워내는 방법인데 사건을 보는 관점을 내 관점에서 제 3자의 관점으로 바꾸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었다. 브런치에서도 관련 글을 본 적 있는데 뒤로 갈수록 사이비 종교느낌이 나서 그만두었지만 명상 자체는 도움이 큰 되었다. 마음을 다스리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내 현실은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명상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일하는 지독한 외로움


그렇게나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살고 싶고, 혼자 일하고 싶었는데 이 세가지를 모두 충족했던 지난 시간이 그렇게 만족스러웠는지는 모르겠다. 때로는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들뜨고 때로는 도망가고 싶고 떠다니는 마음을 잡을 길 없이 방황했다. 내가 한 선택들이지만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옆에서 누가 말려주고 길을 잡아줄 사람이 있어야 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뭐든 혼자 할 수 있다는 큰 오만에 빠져서 나라는 인간을 사실 과대평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의 가치를 무시하고 살아왔던 나, 나도 지극히 평범한 인간임을 애써 부정해왔던 나를 본다.



생각해보면 내가 무언가 깊게 파고 들었다가 안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에 계속 도망만 다니면서 살았던 것 같다. 조금 더 깊게 파고들고 연구를 해야할 타이밍이 오면 더 좋아보이는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기를 반복했다. 그 좋아보이는 것도 그 사람의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인데 그 과정은 보이지 않기에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음에 놀란다. 그러면 떠나온 그것이 좋아보여 후회를 하는 어리석음. 



적자로 인한 당연한 불안이었어 


내 불안은 어쩌면 단순한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바로 돈문제. 수익이 기본적인 생활비보다 적은 경우에 느껴지는 아주 당연한 불안, 모아둔 돈을 계속 까먹게 될 경우 미래에 대한 불안말이다. 나는 일단 핑계를 대지 않고 나의 생계부터 해결했어야 했다. 나의 무능과 노력 부족을 탓하지 않고 사실 난 다른 것을 좋아했다며 여기 저기로 도망가지 않고. 


실패와 삽질과 남탓과 무기력과 우울과 불안의 나날이었던 지난 3년을 돌아보고 나를 좀 냉정하게 직면하고 싶다.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기에 결국 모든 책임은 나의 것, 모든 판단은 나의 것이다. 아직 어리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꾸 핑계를 대고 과거에서 원인을 찾고 퇴행을 반복하던 철없는 나를 만났다. 어린 시절로 자꾸 돌아가 마치 그때 원한 것이 진짜고 그 이후의 삶은 다 가짜였다며 소중했던 모든 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나.  난 아직 어린아이였다. 오늘은 합리화를 접고 조금 적나라하게 나의 과거를 돌아본다.


덧붙여, 예전부터 예상했던 프리랜서, 디지털노마드의 시대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단어가 주는 낭만적인 아름다움과 현실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단순한 일자리는 사라지고 파편화되어 각자 일하는 시대가 오면 불안과 외로움이 큰 문제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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