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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Oct 24. 2021

걱정토끼 관찰하기(1)

행동 관찰하기

관찰 :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봄 [네이버 국어사전]




걱정토끼의 행동을 시간대별로(오전-오후-저녁-새벽) 구분하여 관찰했다.


1. 오전(기상 ~ 점심 식사)


 알람 소리에 잠이 깬 걱정토끼는 '조금만 더..'라는 표정으로 바로 일어나기를 거부했다. 30분 후, 알람이 다시 울리자 부스스한 눈을 뜨며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걱정토끼의 눈은 부어 있었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잠을 이루지 못한 것 같았다. 늦었는지 허둥지둥 씻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준비하는 걱정토끼의 모습이 마치 자신의 패배를 직감한 선수가 출전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집을 나선 걱정토끼는 당근 공장으로 향했다. 집에서 공장까지 아름다운 꽃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걱정토끼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땅만 보고 걸을 뿐이었다. 공장에서는 상사 토끼의 명령에 따라 하나씩 당근을 뽑는 일을 했다. 피곤한지 당근을 잘 뽑지 못했고, 상사에게 한소리 들었다. 고된 노동이 힘들어 보였으나 신기하게도 점심시간이 다가올수록 걱정토끼에게 생기가 돌아왔다. 점심시간이 되자 귀가 차분히 내려갔고, 흐릿한 눈동자가 생기를 되찾았다. 걱정토끼에게 점심시간은 당근 공장을 버틸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인가 보다.


2. 오후(점심 식사 이후 ~ 저녁 식사)

 점심 식사 이후 걱정토끼는 다시 상사의 명령에 따라 당근을 뽑기 시작했다. 채찍을 들고 명령만 하는 상사가 못마땅했는지 걱정토끼는 잠시 멈춰 섰다. 상사를 향해 분노가 담긴 강렬한 눈빛을 보냈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다시 본인의 일로 돌아갔다. 아마 밀린 카드값, 월세, 공과금이 생각났을 것이다. 작년부터 전염병으로 당근 공장 취업이 어렵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으니 쉽게 따지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걱정토끼의 두  귀가 순간 하늘 높이 솟구치는 것을 봤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퇴근 후 걱정토끼는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했는지 집에 오자마자 잠시 눈을 붙였고, 1시간 후 일어나 당근 게임이라는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를 보며 저녁을 먹었다. 걱정토끼의 귀는 축 내려갔으며, 이 순간만큼은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였다.


3. 저녁(저녁 식사 이후 ~ 취침)

 갑자기 걱정토끼의 한쪽 귀가 곤두서기 시작했다. 오전과 오후에는 바쁘게 일하느라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저녁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겨 걱정이 찾아온 것 같다. '혹시'라는 걱정을 계속 되풀이했다. '혹시 당근 공장이 망하면 어쩌지?', '혹시 전염병에 걸리면 어쩌지?', '혹시 내가 살 집이 없으면 어쩌지?', '혹시..'. 걱정토끼의 걱정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점점 몸에도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머리를 쥐어짰고, 숨이 막히는지 가슴을 쾅쾅 쳤다. 얼굴이 하얘지는 게 소화가 안 되는 것처럼 보였다.


 걱정토끼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걱정토끼가 의지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로 생각된다. 한숨을 쉬며 "~하면 어떻게 해"라는 말을 수십 번 반복했고, 가슴을 치며 화를 냈다. 그렇게 한참을 쏟아낸 걱정토끼는 지쳐서 잠에 들었다.


4. 새벽(취침 ~ 기상)

 잠에든 것 같던 걱정토끼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떴다. 그러곤 아까 통화한 이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 밤새 통화한 시간은 총 4시간 29분. 잠을 거의 반납했다. 걱정토끼가 아침에 그렇게 피곤해 보인 이유가 바로 이거였나 보다.




걱정토끼의 일상 속에 우리의 모습이 일부 겹치지는 않는지 점검해보자. 그리고 걱정토끼가 어떻게 걱정을 관리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며 글을 읽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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