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자아

-너를 소외시키지는 마

by 다담

봄인가 봄.

시작은 늘 설럼을 준다. 새롭게 시작하는 천지의 꿈틀거림에 덩달아 뭐든 시작하고픈 의욕이 몽글몽글 쏟는다. 송이송이 탐스럽게도 핀 하이얀 목련도, 올망졸망 귀엽게 핀 개나리도 봄의 전령사답게 어느새 가까이서 자태를 뽐낸다. 걸음조차 느려지고 여유가 생기는 봄이다. 스쳐가는 행인들의 표정에도 예전보다 미소가 더 많다고 느끼는 건 순전히 기분탓일까. 곧 전국이 차례차례 꽃비 세례를 받을 완연한 봄이 되리라.

이 좋은 계절에, 다들 시작해 보려는 결심을 다지는 이 즈음에 여전히 자기비하의 겨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반복된 실패의 경험때문일까, 계속된 부정적 암시만을 받아온 탓일까.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누구보다 먼저 자신을 포기하는 이가 있다. 다소 능력이 안되더라도 목표에 가고자 의지를 다지고 방법을 묻는 이가 있는 반면, 분명 가진 능력이 보임에도 펼칠 시도조차 하지 않고 할 수 없다고 섣불리 단정하고 타인에게도 본인은 못한다고 지레 먼저 알린다. 하지 않는 이유인지 변명조차 너무 사소하고 작다. 때론 그냥이라든가 이유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이가 다름아닌 한창 그저 이쁘고 좋은 십대들이니 더욱 안타깝다. 젊은이의 방황도 좌절도 그 시절의 특권일 수 있으며 그런 경험으로 더 단단해 질 수도 있으니 해보아도 괜찮다. 길 찾기의 과정이라 본다면, 제 길을 단박에 알아 스스럼 없이 가기가 쉬운가. 여기저기 기웃거려도 보면서 경험치를 쌓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단, 아직 출발도 하기 전에 제 길이 가시밭길이라 단정하고 본인은 지나치지 못할 것이라 여겨 눈길도 주지 않으려는 학생들이 안타까운 것이다.

비 오는 날, 바쁜 걸음으로 종종 걸으면서도 추적추적 비 맞고 있는 길고양이라도 보게 되면 안쓰러운 마음에 걸음을 멈추게 되고 나아가 처마 밑에라고 옮겨주게 되는 게 인지상정 아닐까. 다음 날 그 자리를 또 지나가게 된다면 그 아이가 생각나 두리번거리게 된다. 하물며 인간에게, 특히 본인에게 주는 연민의 마음에 너무 인색한 아이들을 보며 많은 고민을 해 본다.


누구보다 스스로를 방치하고, 스스로를 연민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려 하지 않는 아이들. 본인을 세상과 소외시키는 아이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그 아이들은 그저 불안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자신을 믿어 주는 이가 없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죄절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해봐도 뭐가 달라지겠냐고 누가 자신을 봐주겠냐고 주위 몇몇 또래끼리 히히덕거리며 하루하루 보낸다.


목표가 있고 하고자하는 의지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방법을 같이 찾으면 된다. 이미 충분히 시도할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이니 서로 같은 마음으로 시선 마주치며 대화가 잘 된다. 물론 이 때도 그 목표가 어찌 생겼으며 본인의 삶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인지 고민해 보게 한다. 그저 가지고 싶은, 누리고 싶은 물질적 풍요가 목표가 되지는 않기를 조언한다. 남은 인생에서 제대로 비상하기 위해 지금은 두렵기도 설레기도 한 활주로를 잘 달려보기를 응원한다.


그냥 돈이나 벌고 싶다는 말, 부모조차 아무 말도 안해 준다는 말, 움직이기 귀찮다는 말, 별 생각 없다는 말...이런 말들을 쏟고는 있으나 결코 내 눈을 마주보지는 못한다. 표정조차 없는 얼굴이다. 겨울 속에 갇힌 아이이다. 동굴을 조금만 걸어 나오면 햇살 포근한 봄인데, 스스로를 가둬둔다. 누구의 잘못인가를 떠나 따스한 온기가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이다. 아무리 구겨져도 짓밢혀 있어도 길가 오만권을 주워가듯, 지금 구겨진 이 아이의 가치를 스스로 느끼게 해야한다.


모두가 재능이 있다. 각자 다른 재능을 지닐 뿐이다. 사회적 잣대로 그 재능을 순위 매기고 성공을 결정하고 그것으로 투자한 노력을 따지는 어른들의 공식은 하위권 아이들에게 시작도 전에 자신의 재능을 폄하하고 무시하고 쓸모없다 여기게 한다.

쓸모만으로 어찌 가치를 따질까, 그 쓸모가 당장 지금의 가치에만 소용되지는 않는 것인데. 그렇게 지레 좌절한 아이들의 찬 눈을 보는, 이 봄, 한 어른으로 쓰리고 아프다.


아이들과 눈 마주보며 얘기를 한다. 아이들이 눈을 피하지 않기를 바라며, 최대한 나의 따스한 애정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먼저 내 민 손 잡아주기를 바라며. 이 세상이 너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네 속의 빛나는 가치가 슬며시 나오려 하니 너도 너를 아껴주고 보살펴보자고. 어딘가 내버려둔 널 같이 찾자고 그렇게 이 봄에 아이들을 응원한다.


각자 제 각각의 모습으로 피어날 아이들이 어우러져 이루는 꽃밭을 기대하며......


#좌절 #소외 #방황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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