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이여사는 나를 낳고 용한 점쟁이를 찾아가 사주를 보았다고 한다. 세상에 보기 드문 좋은 팔자를 타고났다고 했다. 그 점쟁이는 이여사에게 복채를 얼마를 받았을까? 그 돈으로 내 내복이나 한벌 더 사입히지...
하긴 요행운 없기로는 타고났다. 복권이란 걸 사서 한 번을 맞은 적이 없다. 그 흔한 500원 짜리도. 오기가 생겨 25년 전 2만 원어치를 긁고 다시는 복권을 사지 않았다. 내가 벌지 않으면 굶어 죽을 팔자다.
꽤 오래 한 학교에서 근무했다. 7년 동안 5년 5개월을 일했으니 정규교사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번 한 학기를 쉬기로 해 나에게는 8개월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5개월 동안 내가 받은 실업급여는 59일 치뿐이다. 중간에 1개월을 근무했다. 4개월 중 3주를 일했다. 150일 중 51일을 일했으니 99일 치를 받아야 하는데 안된단다. 40일 치가 사라졌다. 내 실수와 연수담당자의 실언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총 240일 중 59일이라...
다행히 조기취업이 되어 이의를 제기할 마음은 없으나 내 팔자가 참 우습다. 한심한 게 아니라 진심 웃긴다. 공돈이란 게 없다. 남들은 이것저것 잘도 벌더니만. 하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있다한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그 점쟁이는 어쩌면 용한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제 밥벌이 하나는 확실하게 해 내는 근성을 가졌으니 아무나 가질 수 있는 팔자는 아니니 말이다. 내 노력과 능력으로 죽는 날까지 내 밥은 내가 벌어먹고 싶다. 아주 자신감 넘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주머니 두둑하게 채워서.
벌어먹는 팔자가 상팔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