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출근해서 모든 수업준비를 마치고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이른 출근을 했다.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있는 낯선 선생님을 보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평소보다 좀 더 텐션을 올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고 인사해 주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리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었다. 1학기에 담임을 하셨던 선생님께서 학습지도를 잘해 두신 것 같았다. 1교시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에게 나를 간단하게 소개했다.
소개를 마치자 한 아이가 외쳤다.
"박쑤~~~우"
"와~~~~"
순식간에 교실 분위기는 밝게 바뀌었고 긴장감도 사라졌다. 덩달아 나도 신이 나서 어깨를 덩실거렸다.
"선생님 궁금한 거 물어봐도 돼요?"
"물론이죠."
"그럼 진진가 게임해요."
"그게 뭔데?"
"세 가지 답 중에 하나를 거짓으로 말하면 돼요. 10문제를 내고 우리가 이기면 3교시에 체육관에서 놀이를 하고요 선생님이 이기시면 선생님이 하고 싶은 걸 해요."
참으로 귀엽고 발칙한 녀석이다. 오늘은 더운 데다 습하기까지 해서 체육관의 상황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첫날이라 곱게 원피스로 꽃단장을 하고 왔다. 까짓 거 해 보자.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참 아이들은 한결같다. 이렇게 시작된 진진가 게임은 나의 승리로 끝났고 아이들은 실망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에라 모르겠다.
"누가 가서 체육관에 에어컨 켜져 있는지 보고 올 사람?"
"저요 저요!" 서로 가겠다고 봉사심을 발휘한다.
남자아이 둘이 꽁무니가 빠지게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잠시 후 아이들은 울상이 되어 돌아왔다.
"체육관 에어컨 고장 나서 목요일까지 못쓴대요."
저 슬픈 얼굴을 어쩌면 좋을꼬.
우리는 다른 수업으로 하루를 보냈다.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하교한 후 나는 풍선을 불어 헝겊에 끼운 실내 놀이용 공 2개를 만들었다.
내일 아이들과 교실에서 미니 배구를 할 생각이다.
체육관은 아니어도 아이들의 실망을 조금이나마 플어주고 싶다.
박쑤~~~우에 대한 보답으로.
더 큰 사랑으로 채워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