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쩌다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게 됐냐고. 영희가 말했다. 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외로울 때마다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렇게 잘 그리게 됐다고.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체사람이 얼마나 외로우면, 얼마나 보고 싶으면 영희 같은 애가 이렇게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건지 나는 알고 싶지 않았다.
-우리들의 블루스. 영옥-
살다 보면 뻔히 아는 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대체로 그것들은 내가 감추고 싶은 드러난 비밀들이다. 영옥의 비밀을 부끄럽지 않게 감싸준 이가 정준이다. 끝까지 그녀를 옆에서 지켜주며 신뢰를 준다.
참 많이 외롭고 힘들던 시절 세상에 오롯이 내편이 단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 어떤 치부를 들키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사람.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나를 안아 진정시켜 줄 수 있을 사람이 절실했다. 영희에게 영옥이, 영옥에게 정준이 그런 사람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영희의 외로움이 그림이 되었다면 나의 그 감정은 글이 되었을까? 영희는 공항에서 환하게 웃으며 영옥을 떠난다. 영희는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