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밖에서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술을 즐기지는 않지만 마주 앉은 사람과 눈을 맞추고 웃고 떠드는 그 행위가 좋다. 물론 밥이나 커피로도 가능한 일이지만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은 느슨한 느낌이 좋다.하지만 가까이에 같이 술을 즐길만한 편한 사람이 거의 없다. 마음을 내려놓다 보면 가끔은 정신줄까지 놓는 일이 생기니 절친이나 가족이 아니면 술자리가 조심스럽다. 집에서 가족들과 어쩌다 한잔 마시는 일에 익숙해지니 술값도 꽤나 부담이 된다. 무튼 비주류인에 가깝다.
비 내리는 소리에 괜히 시비를 걸고 싶다. 칙칙한 날씨라 좀 화사하게 차려입고 출근한 날인데 바로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웬일로 꼬꼽주가 댕긴다. 경상도에서는 '습하다.'를 '꼬꼽하다'라 말하기도 한다. 비 오는 날 마시는 술이 꼬꼽주다. 술 좋아하는 이들이 만든 나름 낭만적인 표현 같다. 머리에 마땅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아쉽게도.
주차장에 앉아 나의 꾐에 넘어올 만한 사람들을 한참 생각했다. 좀 멀리 사는 술쟁이 친구가 딱이었다. 기차를 타야 하니 많이 마시지 않을 것이고 빗길에 미끄러져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자기야, 비도 오는데 메로구이 어때?"
"좋지, 비도 오는데. 딱이네."
내 이럴 줄 알았다. 그렇게 안주를 핑계 삼아 오랜만에 정다운 이와 마주 앉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좀 더 자주 만나면 좋을 텐데. 비를 핑계 대지 않고도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나는 금주를 명령받은, 주류이고픈 비주류 환자다. 그래도 지금 이 작은 사치, 일탈이 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