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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co Oct 08. 2020

_상황에 적응한다는 것

동경에서

6. 동경에서_상황에 적응한다는 것

어떤 계기로 해외에서 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걸까? 

이 글을 쓰는 계기는 단순히 이주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들이 이주 스토리에 불과했지만 그런 부분도 포함해서 동경에서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세상은 어디서든 똑같이 돌아 가지만 타국에서 타인으로 살다 보면 그런 현실과는 다소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특별히 이런 코로나 생활이 시작된 후로는 특히나 그 사실마저 다른 세상일 처럼 느껴진다. 생활 깊숙이 파고든 코로나는 사람들의 생활을 마비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익숙한 생활이 ㅡ처럼 파괴되었다면 적잖아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이미 온몸의 촉각이 일어나 있던 상태였고 그로 인해 코로나라는 또 다른 상황이 시작되었음에도 일상이 무너진다는 느낌이 좀 덜했던 것 같다. 내일상은 이미 조금씩 변해 가던 시기였으니까 말이다. 아니 조금씩이 아닌 상당 부분 말이다. 따라서 새로운 상황이 와도 체감이 크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였을까 대부분의 이벤트가 사라지고 집에서 생활이 늘어나면서 다른 의미로 적응이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에 막 도착했을 때는 일본어 학교를 다녔다.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고 출근하던 생활처럼 루틴 한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점심을 먹고 과제며 공부를 한다. 그 단순한 생활이 무기력해진 나에게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주었다. 

호기심으로 하나하나 해오던 나에게 한국에서의 오랜 생활은 뭔가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어지는 지경이 되어 아무 목적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 지내던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한 달 일 년을 보내는 동안 사는 것에 대한 더 이상의 의미가 느껴지지 않던 나날들이 지속되던 ㅡ때 생활이 흔들릴 사건이 하나 생겼고 너무 지쳐 있던 우리는 더 이상 맞서지 말고 벗어나자라는 선택지를 갖게 된다. 

도망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라는 말처럼 맞서기만 하는 것에 지쳐 있던 우리에게는 평화로운 선택지로써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일본에 오게 되었고 ㅡ당시 상황 상 일본에 오기까지는 여러 어려움과 흐름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할 나위 없는 의외의 안정을 이곳에서 찾게 되었다.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은 안정을 버리고 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불안함을 안고 시작하겠지만 의외로 서울에서의 안태한 생활보다는 더욱 안정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조금 일찍 왔으면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문득 들지만 더 늦기 전에 그리고 상황에 대한 적응이 되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 나이까지의 성장이 다소 늦었을지라도, 그 마지막에 왔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지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은 하루하루 일본어 공부를 고3처럼 하고 있고, 일단 언어에 빨리 적응이 되어 완벽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 상황에 적응한다는 것은 안태한 삶 그것과는 다른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 속에도 그 환경이 좋던 나쁘던 스스로 자신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 그것이다. 그러니까 맞서든 도망치든 자신이 감당할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작가의 말 : 특정 부분의 '그'라는 표현을 'ㅡ'라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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