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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co Oct 05. 2020

다시 서울로

_동경에서

서울로 돌아온 우리는 1달 남짓한 시간만 남겨 둔 채 이주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집도 집이지만 비자며 다른 것들도 챙길게 많았다. 그 와중에 틈틈이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집을 찾고 에이전트를 통해 메일로 확인하며 집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있었다. 

일단 집을 찾는 일에 어느 정도 이력이 났던 나는 일본어로 된 부동산 사이트에서도 어느 정도 능숙히 볼 수 있게 되었고 순간순간 이상에 가까운 집도 찾을 수 있게 되었었다. 그래도 우리의 예산과 원하는 장소와 집의 상태 3박자를 맞출 수 있는 집은 좀처럼 없어서, 일본에서 출근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초조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2주 정도 남겨 두었을까, 포기하려던 찰나 위치도 집 사이즈도 구조도 적당하며 건축년수도는 좀되었지만 리모델링한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아 집의 상태도 좋고 심지어 예산도 딱 맞는 집을 발견했다.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에이전시에 국제 전화를 걸어 모시코미를 부탁하였다. 답변을 기다리며 두근두근!


여기서 일본의 부동산 방식을 잠깐 설명하자면, 일본은 마음에 드는 집이 있더라도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에이전트를 통해 모시코미 즉, 필요한 서류들을 가지고 신청을 해야만 한다. 그 후에 심사를 거쳐 계약이 가능하게 된다. 이 신청의 조건은 -

1. 들어가고 싶은 집에 1등으로 신청을 해야 할 것 

2. 재산과 월급으로 야칭(월세)을 내는데 문제가 없을 것을 증명하는 서류-이다. 


우리는 한국에 돌아오기 전 에이전트에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하고 온터라 비교적 빠르게 신청이 가능했고,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상 이 집이 마지막이었다. 아니면 위클리 맨션이라도 구해서 임시 거주하면서 집을 찾아야 할 판이었다.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비자 수속도 마치고 이삿짐센터 예약도 끝내 두었다. 다만, 이삿짐센터에도 비자 발급과 집이 결정되는 동안의 절차가 남아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며칠 후 드디어 에이전트로부터 메일이 왔고 신청은 되었지만 계약자가 직접 집을 본 후 결정을 해야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게 된다. 아뿔싸,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우리는 집을 답사하기 위해 대표로 한 명만 도쿄를 가기로 한다. 다음날, 당일치기로 도쿄 비행기를 예약하고 김포에서 하네다로 내려 여행 때 먹었던 맛있었던 라면으로 점심을 간단히, 2시까지 약속한 집을 방문,한국에 있는 파트너와 영상통화를 하며 서로 집을 확인, 불안함도 없지 않았지만 그 동안 봤던 집들에 비하면 뭐하나 부족한 것은 없었기에 계약을 하고 부랴 부랴 공항으로 돌아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훗 날, "도쿄에 라면 먹으러 갔다 왔어"같은 기억을 하나 남기게 되었다. 엔화가 한참 하락하던 때 결혼을 했던 우리는 반지를 사기 위해 오사카를 1박 2일로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여행비를 해도 일본에서 사는 게 더 저렴했다) 그때보다 더 충격적인 하루를 보내고 왔던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지금의 집과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계약에 성공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도쿄에 살던 지인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우리가 구한 맨션은 좋은 위치에 엘리베이터도 고미오키바도 자전거 주차장도 다 갖춘 5층 건물에 2층 집. 빛도 잘 들고 환기도 잘되고 시스템 갖춘 욕조에 화장실 별도, 대면식 주방, 에어컨도 2대나 있는 1LDK의 집이다. 창밖으로는 작지만 나무도 보이는 (住み心地)사는 기분이 느껴지는 집 구하기에 성공하게 된다. 



참고로 우리가 구한 동네는 도쿄의 히로오라는 동네이다. 서울의 서래마을에 살던 우리는 도쿄에서도 마치 서래마을 같은 위치에 집을 구하게 되는데, 서래마을에 살던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학교가 바로 이곳 히로오에 위치한 성심여대여서 묘한 연결고리를 가진다고 억지로 이유를 붙여본다. 

히로오는 에비스와 롯폰기와 아자부의 중간쯤에 있는 도쿄 사람도 지나치는 그런 지하철 역이다. 우리도 오기 전엔 전혀 몰랐던 동네였고, 책을 좋아하는 나는 국립도서관이 있다는 이유로 살면 좋겠네 라도 막연히 생각하고 이야기했다가 도쿄를 잘 아는 친구에게 비웃음을 샀다. 

그 당시는 이유를 몰랐지만, 막상 와보니 우리가 구한집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고급 맨션들이 즐비해 있고 온갖 대사관들이 모여있는, 일본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대부분이 모여있다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 동네에 우리의 예산에 맞는 야칭의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같은 것이었지만, 꿈은 이루어진다고 할까 편견 없이 찾은 덕분에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살고 싶은 동네에 적당한 가격의 집을 구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1년 남짓 살아 본 결과로는 공원도 도서관도 근린시설도, 상가도 잘 형성되었고 걸어서 에비스,롯폰기,아자부까지 갈 수 있는 데다 동네 자체에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이방인에 대한 편견도 적은 편이라 낯선 곳에서의 처음으로는 너무나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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