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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co Oct 14. 2020

_먹고 산다는 것

동경에서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동경에서의 생활중에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나라에 가면 가장 달라지는 것이 언어, 그다음이 먹는 것이 아닐까? 의식주 그 당연함 안에 식생활의 변화가 보통은 가장 큰 것 같다. 지금도 이 글을 쓰는 동안 커피를 마시고 샐러드 따위를 먹고 있지만 그 간단한 음식조차도 어느 나라에서 먹던지 내용물도 가격도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고등어와 감자를 카레 같은 진한 향신료에 조린 것과 고구마와 사과를 꿀에 절여 오븐에 구운 후 시나몬 가루를 뿌린, 가을 식재료로 만든 다소 묵직한 샐러드와 진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시나몬에 절인 조금 달콤한 고구마와 블랙커피의 궁합이 이렇게 잘 맞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렇게 지금 이 순간에도 먹게 되는 음식의 경험에 따라 내 미각은 점점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러드와 커피를 먹는 것도 제법 괜찮은 식사라는 것을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물론 나이가 달라 짐에 따라 기호가 바뀌는 것도 있지만, 샐러드나 야채는 이전의 방식과는 다른 맛있게 조리된 음식을 먹게 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야채 본질의 맛도 일본에 온 후 즐기게 되었는데 한국의 야채가 맛이 없다는 문제가 아니라 종류가 다양하다는 데서 맛의 변화 식감의 변화 등이 가능함으로 요리에 더 즐거움을 느끼게 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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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과 관계를 갖는다는 것.]_natuco.2012

신선한 야채들이 있다.(사각사각) 아직은 서로를 몰라 두근거리고 있다. 살짝 끓는 물에 야채들을 넣는다.

... 따듯한 물에 포근함을 느껴간다. 

마침내 물이 끓고 양념이 스며들고, 이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엉켜있다.


뜨거울 땐 물론 맛있다.

가끔은 식어을 때 더 맛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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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뜨거울 때조차 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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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째로는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먹다 보면 조리법도 다양하게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음식에 대한 경험이 요리를 할 때 소스의 맛이나 조리의 방법 등의 선택의 폭을 넓어지게 한다.

예를 들어 시금치 같은 나물의 경우, 파트너는 물컹거리는 식감을 싫어한다. 따라서 한국식 나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금치 등의 재료가 생길 때도 있고 야채가 없이 식탁을 차리기는 어지간히 쉽지 않다.

그래서 어느 날 영화에서 봤던, 시금치를 올리브 오일에 살짝 볶아 소금, 후추를 뿌려 샌드위치에 넣어 줬더니 어쨌든 너무 잘 먹는 것이었다. 거기에 계란이나 토마토 등을 추가한다거나 또한 반찬으로 먹고 싶을 때는 삶아서 무치는 방법 말고 참기름에 볶거나 하는 것으로 시금치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났다.  물론 그런 방법에는 시금치 외에도 가지라던지 호박이라던지 조리법에 따라 쉽게 물컹거릴 수 있는 다른 야채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파트너도 나도 여러 가지 야채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토마토, 과일의 단맛도 좋지만 그 보다 아삭한 식감이라던지 신맛이 나는 것을 즐기는 나는 과일 외에 토마토의 품종도 유럽과 일본에서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 말랑하고 톡톡 터지는 식감의 방울토마토 라던지 신맛이 돌아 식욕을 북돋아 주는 토마토 따위를 먹고 토마토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 다양한 토마토를 설탕에 뿌려먹는 고전적인 방법 이외에,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오일, 와인 비니거 등의 집에 있는 재료와 후추를 살짝 뿌린 샐러드로도, 또한 알록달록한 방울토마토는 와인에 절여 절임으로도 만들어 먹게 된 것이다. 여기서 야채를 최고로 간단히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찜기에 몽땅 넣고 삶거나 하는 방법도 좋고, 집에 있는 어떤 야채도 전부 한입 크기 정도로 손질한 다음 올리브 오일과 후추 소금을 뿌려 오븐에 구워버리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야채는 맛있어진다. 식감도 살고 야채 각각의 맛도 살아 맛은 물론, 무엇보다 조리 방법이 간단하다는 것이 좋다. 카레를 할 때도 야채를 넣어서 끓이는 방법도 있지만, 카레는 고기와 루로 깊은 맛을 낸다음 오븐에 구운 야채를 곁들이는 것도 카레도 야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건 홋카이도 수프 카레를 먹은 후에 집에서도 어레인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는 날생선 등의 날음식을 먹는 것에 서투른데 아무래도 비린 음식을 먹을 후 그것은 비려라는 인상이 강해져서 일 것이다. 두 번째로는 물컹한 식감이 아닐까? 그랬던 음식이 일본의 초밥을 먹은 후 인상이 달라진 것이다. 물론 초밥은 애들도 먹을 수 있을 만큼 잘 조리된 음식이지만 그 만큼 날생선에 약했던 나는 일반적으로 초밥을 먹었을 때, 계속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몇 년 전 교토의 시장에서 비리다면 최고로 비릴 수 있는 마구로 초밥을 먹고는 인상이 바뀌었다. 그 때의 마구로 초밥은 입에 넣는 순간 녹았던 것이다. 무슨 말인가 싶지만, 신랑이 한팩사서 먹는 걸 먹고 싶단 생각은 하지 않아서 보고만 있었는데, '하나만 먹어봐'라는 흔한 권유에 하나를 먹었고, '응?'하고 두 개째를 먹는 나를, 신랑은 먹어보라고 한 것을 후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랬다 숙성했다는 그 참치는 내가 먹던 날생선들과는 완전 다른 것이었다. 부드럽고 맛있는 흰쌀밥과 너무 어울려 순식간에 입에서 녹아 없어졌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먹이는 음식의 인상에 대해 중요성을 완전히 느꼈던 순간.

 그리고 쌀밥. 밥이 맛있으면 정말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좋을 정도로 맛있었다. 여기서 쌀은, 기본적인 쌀의 품질이 좋아야 하겠지만 그밖에도 생산지나 도정한 날에 따른 쌀의 상태의 중요성은 물론, 밥을 짓는 방식이나 조리하는 도구에 따라서도 완전리 달라지는 것. 그리하여 먹어본 고시히카리 솥밥은 그냥 그 자체로 너무 맛있었다. 찰지지만 서로 붙어있지 않고 한 알 한 알 살아있어서 입에 담으면 부드럽고,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밥 그 자체로 하나의 요리인 것이다. 일본에는 유독 밥이 맛있다고 이야기하는 식당이 많다. 그리고 그런 식당을 가면 당연히 요리도 맛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밥이 맛있기 때문에 그 어떤 요리나 반찬과 함께해도 맛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한국에서 먹는 양이 적었던 이유는 단순 내가 적게 먹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첫 번째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잃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배부르게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여행을 하면서 궁금해서 먹어보고(물론 실망하는 경우도 많지만) 처음 먹어본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질릴 때까지 먹음으로써  음식에 대한 탐닉도 늘어났지만, 이 곳에 생활하면서 호기심으로 먹을 음식이 다시 늘어나서 좋고, 아직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있다는 데에서 삶에 대한 욕구마저 더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음식이라는 것은 먹는다는 행위는 삶의 의욕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혹은 흰쌀밥을 먹을 때, 가끔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야."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을 알 것 같은 기분으로, 오늘도 음식에 대한 탐닉으로,  "저녁은 뭘 먹을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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