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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co Oct 15. 2020

_동경의 가을

동경에서

 밖에 나갈 수 없으니 제철 음식을 먹음으로 계절을 느끼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유독 습하고 더운 일본의 여름은 어떤 여름보다도 수박을 많이 먹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니 늦여름 샤인 머스킷이 이름처럼 비싼 가격을 자랑하며 진열되어 있더니 그 자리를 감, 배, 사과 등 가을을 알리는 소박한 과일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일본은 이것이 나오면 가을이구나 싶은데 그것은 바로 밤이다. 가을도 오기 전 가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그 무렵부터 일본의 편의점은 온통 밤 푸딩, 원래 과자의 속(팥,잼,초콜렛등과 같은)대신 밤을 채운 과자, 밤을 추가한 가을 한정 아이스크림 등으로 '아, 밤을 꼭 먹어야 하겠구나.' 싶을 만큼 온통 밤으로 장식된다. 그중에서도 단연 밤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건 프랑스의 몽블랑에 이어 일본의 와가시 쿠리킨톤이다. 

쿠리킨톤은 말 그대로 쿠리=밤을 이용한 와가시인데 가장 기본적인 삶아서 으깨어 와산본 등 부드러운 고급 설탕으로 버무린 후 다시 밤 모양으로 만든 나마가시(생과자)를 시작해, 쿠리킨톤의 안에 밤 하나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 설탕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햇밤을 소면처럼 얇게 만들어 몽블랑처럼 만든 고급 와가시도 있다. 그밖에도 평소에도 즐겨먹는 요캉(양갱)도 팥이 아닌 밤으로 만들거나 요캉안에 밤을 통째로 넣어서 만들거나 하는 것들, 도라야키에도 밤이 들어가고 심지어 파운드케이크에 밤이 들어간 밤과 동거하는 양과자도 인기이다. 아무튼 그런 밤 축제를 보고 있으면 안 먹고는 못 배기게 되는 것이다. 쿠리킨톤은 너무 맛있어서 벌써 몇 번이고 여러 버전으로 먹어 보았다. 온화한 밤의 풍미가 견딜 수가 없이 맛있었다. 파트너는 음, 할머니가 파주던 삶은밤 속의 고급스러운 맛이라고 하니 상상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 밤의 축제 속에 삶아서 절여놓은 밤병조림을 구입, 오늘은 밤밥을 지어서 먹었다. 전기밥솥을 쓰지 않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옥수수 밥, 연어와우엉밥 등 소재를 살린 솥밥을 지을 때가 있는데, 달콤한 밤으로 만든 밥은 단연 으뜸이었다. 그렇게 오늘의 점심은 햅쌀로 지은 밤밥과 고추와 파로 기름을 낸 후 닭가슴살을 구워 감자와 함께 간장, 미림, 다시물을 이용하여 조린 간단한 반찬과 함께 먹었다. 달콤한 밤을 살짝 씹으니 포슬 한 식감에 쌀쌀해진 가을날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일본의 식사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생각보다 다르기도 해서, 먹어보고 싶은 재료가 자꾸 생긴다. 그런 고로 일본에 와서 다양한 요리를 하게 되었다.




_상상으로 만드는 도시 스케치_

었을 때는 상상으로 글을 썼고 나이가 듦에 따라 경험으로 글을 쓰게 된다. 그 상상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구석으로 몰려 사라지기도 했지만, 경험으로 쓰는 글은 약간의 달콤함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씁쓸한 글들은 쓰자면, 젊을 때는 마시지 않던 블랙커피와 술 같은 것들이 가끔은 달콤하게 느껴지는 건 지금의 인생이 그때와 다르고, 어른이 된 지금의 인생은 커피와 술보다 씁쓸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삶에서 소박하지만 달콤한, 자연의 재료를 철마다 먹을 수 있는 건 행복한 일이다. 

 _실전을 위한 상상도 _ 2014헤리티지투마로우_DaA.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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