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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uco Oct 19. 2020

CH24

_동경에서

ch24 일명 Y-Chair라 일컫는 이의자는 유독 일본에서 인기가 좋다고 한다. 건축을 하면서 디자이너의 브랜드 의자에도 당연히 관심이 가지게 되고 몇 클라이언트 요구에 분위기에 걸맞은 의자들도 구입해서 사용해 보았지만, 우리 집 식탁의자로 무엇을 고를 것인가 하면 단연  Carl Hansen & Søn의 ch24 체어이다. 멋들어지게 휘어진 나무와 그 색감과 촉감, 패브릭도 가죽도 아닌 paper cord rope(종이 로프) 시트의 자연적인 색감이 매력적이다. 또한, 일본 특유의 인테리어, 어디에도 어울린다.
 

CARLHANSEN-and-SON웹사이트에서발췌

일본의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어찌 됐던, 디자인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 디자인이라 함이 단순히 보이는 형태뿐만 아니라 생활의 행위가 디자인스럽다고 느꼈었다. 많은 물건이 있지 않아도 사용되는 하나하나 물건들의 부드러움과, 그 각각의 기능에 부합하는 아름다운 형태의 물건에서, 새 물건을 봤을 때 보다 더 설레고 사용해 보고 싶다는 감각과 함께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쇼룸에 쌓여있는 물건보다 부엌이면 부엌 서재면 서재 그 물건이 있어야 할 제자리에 놓여있어, 다음 사용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면, 쓰이고 있는 모습도 상상이 되어 당장이라도 갖고 싶어 지는 충동이 느껴진다. 쇼룸보다 사용하고 있는 영상을 봤을 때 더욱 소유욕이 생기는 그런 것들. 예를 들어, 밥을 지을 때는 체에 계량한 쌀을 정성스럽게 씻은 다음 도나베라고 하는 질 냄비에 담아 짖고, 밥이 다 된 후에는 오래 사용하여 적당히 짙은 색감의 나무 주걱을 사용하여 오히츠라고 하는 나무 밥통에 옮겨 담는다. 그런 과정들부터 식탁에는 비로소 갓 지은 밥과 작은 밥공기와 함께 식탁으로 옮겨지는 과정 그 자체가 부드러운 율동과도 같은 디자인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일본은 유독 그런 생활감이 있는 물건들을 잘 만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일본에 매력을 느끼게 된 개인적인 이유가 아닐까,

 그런고로 일본에서 사용되는 사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보았을 때 단순 아름다운 물건은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적지 않게 널려 있다. 하지만 사용하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부분은 짧은 시간 알 수 없는 것이고 취향이 누적되어 갈 때 조금씩 알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칼 한슨의 의자는 그렇게 해서 내린, 현재의 나에게 의자의 종착점이지만 또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둘 정의 내리기 시작한 현재로서는 칼 한슨의 ch24 의자를 구입하면 남은 시간 동안 오래도록 쓸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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