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서울로 올라갈 친구와 힘들게 돌아다니고자 아침에 성산일출봉을 오르기로 했지만 둘 다 일어나지 않아 성산은 떠나갔고 종달리로 향했다.
올레길 시작점을 알리는 구간과 종달리 마을 중심에 있는 나무.
작은 마을 종달리에는 유명한 가게들이 많다. 육지사람이 가득한 종달리지만 올 때마다 좋은 곳이다.
지나가다 발견한 한 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고자 했던 서점이 점심시간이라 시간을 때우고자 카페에 들어갔다. 카눌레 맛집이었던 이곳은 카눌레보다 얼그레이 밀크 잼이 더 맛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좋아하는 카눌레를 보고 흥분해 종류별로 하나씩 주문했다. 그중 제일 맛있었던 건 얼그레이 맛.
평소 잼을 좋아하지 않아 잼에는 관심이 없는데, 얼그레이 밀크 잼을 보자마자 호기심에 구매해봤다. 돈을 쓸 때 충동적이지 않게 한 번 더 생각하고 참자고 다짐한 게 고작 하루밖에 안된 거 같은데 작심일일 실천 중이구나..
종달리에 올 때마다 방문하는 소심한책방이다. 너무 유명한 곳이 돼서 이제 여유 있게 책을 읽을 수 없는 곳이다.
<임계장 이야기>를 읽고 책방지기가 붙여놓은 책방지기의 글이 맘에 들어 책을 구입했다.
나는 평소 노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허리가 다 굽은 노인들이 폐지 줍는 모습을 보며 '나도 허리가 아픈데 관리를 못하면 더 빨리 굽을 수도 있겠구나, 노인이 돼서도 폐지를 주워야 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인간의 삶이 참 고되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게 다가 온 이 책을 열심히 읽어보도록 하자.
사회적 미의 기준은 마른 몸이다. 마른 몸이 아니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 일러스트는 그런 기준을 깨트리는 그림들이다. 그저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그림처럼 세상도 그렇게 바뀌면 좋겠다.
종달리의 작은 가게들을 보면 한 집 건너 다 아는 사이일 거 같다.
종달리에 있다가 함덕으로 넘어왔다. 함덕엔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물빛이 너무 예뻐 멍하니 있기 좋은 곳이다. 원래 이곳에서 장을 여는데 코로나 때문에 장을 열지 않은 듯하다. 제주는 도시의 느낌도 있고 시골의 느낌도 있어서 내가 도시 체질인지 시골 체질인지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세화 집으로 왔다. 집 옆에는 책방이 있는데 읽기 좋은 책들이 많다. 난 여기서 박경리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책을 구입했다. 제목이 강렬해서 좋았다. 친구가 얘기해 준 것인데, 배우 김태리는 시집을 이렇게 산다고 했다.
목차를 살핀다
마음에 드는 주제를 정하고 읽는다.
주제가 마음에 들면 그 책을 산다.
나는 이 책의 '산다는 것'이라는 글이 마음에 들었다.
젊은 날에는 아파도 약을 먹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고나선 약을 먹게 되었다.
지난 세월이 아름다웠지만 그때엔 그걸 몰랐다는 얘기는 공감이 갔다.
28살엔 30살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 사회에선 여자 나이 30살이면 한물갔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얘기들은 언제나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29살이 되고선 그런 생각은 이제 하지 않는다. 여전히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지난날을 너무 후회하지 않도록 작은 노력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