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고향 제주에서 3주살이 - 17일차

by 소슬바람





서울에서 친구가 내려오는 날이다. 직장동료이지만 성향이 비슷해 친구로 지내고 있는 이이다. 이 친구는 제주민속오일장엔 관심이 없다길래 나 홀로 구경을 하러 왔다.


나는 같이 여행을 오더라도 가고 싶은 곳이 다르다면 각자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매일 매 시간 붙어 있는 것보다 이렇게 떨어져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꽤나 좋기 때문이다.


제주민속오일장은 늘 날짜가 안 맞아서 못 왔었다.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랐다. 차가 있었으면 과일도 사고 꽃도 샀을 텐데 아쉽다.






친구와 평대에 있는 명진전복을 방문했다. 방송에 나온 곳인데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사람이 너무 많이서 혼이 빠졌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나는 딱 한 가지 생각만 한다. 어서 나가야겠다.


이날도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자마자 서둘러먹고 나왔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당황하고 정신이 없어서 되도록이면 빨리 빠져나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제 그렇게 산 걸 후회한 옷을 입었는데, 사길 잘한 거 같은 게 나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그래! 잘 활용해서 입고 그러면 되는 거야.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제발 한 번 더 생각하고 참는 법을 기르자! 고 다짐하는 나다.





전복을 먹고 근처에 있는 책방에 갔다. 제주엔 독립서점이 참 많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혜원 책방은 중고 가격으로 파는 책과 정가로 파는 책이 구분돼 있고 독특한 건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제주 이주를 하게 된다면 책방 운영과 빈티지 숍을 운영하고 싶다. 나의 시선으로 선택한 책들을 서가에 꽂아두고 한쪽엔 빈티지 옷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면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될 거 같다.






처음 제주로 여행 왔을 때 이 돌담이 너무 좋아 돌담 사진만 주야장천 찍었던 기억이 있다. 불완전하게 생긴 저 돌들을 켜켜이 쌓아 올린 모습이 안정감을 줬다.


얼추 체크인 시간 돼서 숙소에 짐을 맡기러 숙소로 이동했다. 한림읍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고 바로 동선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나와 동선이 겹치는 게 하나도 없어 안도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두통이 있고 목이 가려웠다. 동선이 겹치지 않아도 코로나에 걸릴 수 있는 것일까? 증상이 의심됐고 나는 '증상이 있는 것'을 인지했다.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관에 알리지 않는다면 나중에 크게 욕을 먹겠다는 생각에 제주 동부보건소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제가 한림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문자를 받고 동선을 체크했는데, 동선이 겹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약간의 두통과 목이 가려운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계신 곳이 어디죠? 며칠에 한림에 방문하셨죠? 동선이 겹치지 않지만 증상이 있다는 거죠? 저희가 잠시 대처방법을 회의한 뒤 전화드리겠습니다"


보건소 담당 직원과 전화를 끊고 나는 이비인후과라도 가보기로 했다. 에어컨을 계속 틀고 있었고 흐린 날에도 햇살이 쨍할 때도 걸어 다녔으니 더위를 먹은 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네 이비인후과로 슬슬 걸어가던 중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동선이 겹치지 않으면 괜찮은데 현재 증상이 있다고 하시니까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선별 진료소는 제주시내에 있는 병원입니다. 대중교통은 이용하시면 안 되고 본인 차로 이동하셔서 검사받으시면 됩니다."


"제가 차가 없는데, 어떡해야 하나요?"


"잠시만요. 지금 저희가 구급차를 보내드릴 테니 구급차를 타고 동부보건소로 와서 진료를 받으세요"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친구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혹시 모르니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게 맞는 거 같았다. 통화를 마치고 30분 정도 지났을 까 성산에서 출발한 구급차가 도착했다. 구급차에 올라타자마자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했다. 그러자 구급대원은 "아플 수도 있지 뭐가 죄송해요"라고 말하며 진료카드를 작성했다.

이름, 나이, 주소, 직업

제주에 온 날짜와 돌아가는 날짜

증상 체크

복용약

간단한 체크를 마치고 동부보건소로 향했다. 보건소에 도착하니 눈앞에 의료진 두 명이 보였다. 아이와 엄마가 검사를 받고 있었고 아이는 소리 내 울고 있었다. 잔뜩 긴장을 한 채 검사를 받았다.

코 안으로 긴 면봉을 집어넣는 것은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18일 오후 2~3시 혹은 7~8시쯤 검사 결과가 나오니 이 시간 이후부터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절망했다.


숙소에 도착하고 사장님은 기존에 내가 예약한 방이 아닌 독립된 별채를 내어주었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4시 정도였다. 잠시 나갔다 오겠다는 친구에게 물과 라면을 부탁했다.

밖에 나가기 귀찮아 나가지 않는 것과 강제로 못 나가게 하는 건 정말 다른 것이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건 음식이었다. 화장실은 방 옆에 개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있어서 걱정 안 했지만 방안에 냉장고가 있는 것도 아니라 음식을 먹으려면 공동으로 사용하는 조식 룸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긴 시간이 흘렀다. 밖을 나가지 못하니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 방 안에서 영화를 보며 시간을 견뎠다. 좋아하는 세화에 왔지만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해서 우울했다. 게다가 치료를 받고 난 후로 이상하게 기침이 나오고 두통이 심해지는 기분에 불안했다. 하지만 나는 여행 내내 kf94 마스크를 착용했고 더워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기에 스스로를 다독였다.


"괜찮아, 분명 더위 먹은 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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