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교직을 돌아보기
요즘 애들 힘들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안 어른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다. 뉴스를 통해 소년범죄와 촉법소년 논쟁, 추락한 교권이 도드라지고 게시판 게시판에는 막장까지 간 학생들의 모습이 학교에 대한 공포를 형성하고 있다. 교사인 나도 그런 뉴스를 보고 놀란다. 요즘 선생님들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 나도 교사지만, 난 저 정도는 아닌데?’ 아직 경험이 짧고 운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많이 남은 시간 동안 그런 학생들을 만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전적으로 나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이며 절대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생들이 각각의 선생님을 다르게 대한다는 것을 알기에 교사는 각자의 특수성에 맞게 다른 일을 경험한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애들이 과거에 비해 더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보다 지금 학생들이 훨씬 폭력성도 적고 다문화, 성평등 등의 인식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뉴스에 등장하는 놀라운 학생들은 과거의 학생들 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들을 하지만 이들은 ‘뉴스에 나올 만큼’ 특이한 경우일 것이다. 즉 대부분의 학생은 전보다 좋아졌고 극소수의 학생들이 전보다 더 나빠졌다 정도로 내 생각을 정리해 본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왜 전 보다 힘들어학고 교직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몽둥이가 없어서???)
“씁쓸한 스승의 날..3명 중 1명만 ‘다시 태어나도 교직’(https://news.v.daum.net/v/20220515121517244)
적은 급여, 행정업무, 학부모 민원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테지만 학생과의 관계로만 생각을 국한시켜보려 한다.
심리적으로 사람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잊지 못한다. 우리 학급의 25명 중 평화롭게 지내는 대다수의 학생보다 문제를 일으키는 한두 명의 학생이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연간 수업일 191일 중 평화로운 날들보다 힘들었던 하루 이틀이 기억에 남는 법이다. “요즘 애들 힘들지?”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99%의 좋은 아이들보다 1%의 힘들어진 아이들이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에 학교를 찾아오는 졸업생들이 많다. 아무리 역변했어도 얼굴은 어렴풋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절대 잊지 못하는 이름이 있다. 곰곰이 따져보면 잊지 못할 그 이름들은 나를 힘들게 했던 그 녀석들이다. 나에게 전혀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던 우수하고 평범한 학생들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교사가 소수의 문제 학생에게 집중할 것이냐 아니면 대다수의 우수한 학생에게 집중할 것이냐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어쩌면 이는 성실하게 학교 생활을 한 평범한 학생들에게 공정하지 못한 처사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시선을 후자의 아이들에게 맞추기로 했다. 내 수업을 받아들이는 학생이 한두 명일지라도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면 나는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동석(이병헌 분)은 선아(신민아 분)가 바다를 보며 힘들어 하자 이렇게 말한다.
“뒤돌아. 나중에도 사는 게 답답하면 뒤를 봐, 뒤를 이렇게 등만 돌리면 다른 세상이 있잖아. (중략) 엄만 매일 바다만 봤어. 바로 등만 돌리면 내가 있고 한라산이 저렇게 턱 하니 있는데. 등만 돌리면 미워하는 바다를 안 볼 수 있는데 그저 매일 바다를 미워하면서도 바다만”
교사도 문제 학생을 위해 애쓰다가 지치고 힘들 땐 뒤를 돌면 된다. 뒤를 돌면 선생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아이들, 선생님이 한 얘기를 엄마랑 슈퍼 가면서 조잘조잘 떠드는 아이들, 교사가 진짜로 돌봐야 할 좋은 아이들이 있다. 바보처럼 힘들게 하는 문제 학생만 바라보며 교직에 대한 회의감과 무력감을 키워갈 필요는 없다.
p.s. 오늘 한 녀석이 창고 뒤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려서 불이 났다.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인지 불까지 내는 상황이다. 좋은 학생들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내 고개를 두 손으로 잡고는 자신 쪽으로 돌리는 것 같다. 나는 괜찮다… 하하하. 나는 괜찮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