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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섭 Nov 12. 2020

태권도를 그만두다

발달장애아이가 운동을 꾸준히 다니기 힘든 이유

1년 넘게 배운 인라인을 그만두었다. 그동안 아인 꾸준히 가기 싫어했다. 내 욕심으로 보냈지만 나에게도 한계가 왔다. 태권도나 합기도에서 경험했던 차별. 그걸 견디기 힘들어서 그만두었다. 나도 느꼈으니 아인 얼마나 많이 느꼈을까?


내가 근무하던 학원의 강사 수는 80명이었고 학생수만 2000명 가까이 되었다. 학생의 수준은 1등급부터 6등급까지 다양했다. 난 그중 1등급 아이를 가장 선호했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왜 1등급 아이를 좋아할까? 1등급 아이들은 잘 이해하니까 가르치기 편하고 숙제도 잘 해오니까 감정을 다치게 할 일도 없고 성적이 잘 오니까 오래 다니고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대학도 잘 가니까 모든 게 맞아떨어진다.

반면 등급이 낮은 학생들은 이해를 잘 못하니까 여러 번 반복 설명해야 하고, 숙제도 어려워서 또는 습관이 안 잡혀서 잘 안 해오고 그러니 성적이 잘 안 나오고 부모님은 비싼 학원비를 냈는데 성적이 왜 더 떨어지냐고 죄인 취급하고.


우리 아들은 운동 신경도 나쁘다. 원래 발달장애 아이들은 50% 이상이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이 느리고 시지각협응 능력도 떨어져서 운동을 배우더라도 더디다. 그러니 비장애인과 같이 활동하게 되면 담당 선생님은 가르치기 힘든 우리 아이를 좋게 봐줄 리 없다. 또한 느리고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아이들이 놀리기는 일도 늘 발생한다.  그런 모든 상처를 알지만 보내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 이다. 차별과 놀림에 대한 상처를 극복하지 않으면 산속에서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많은 것을 중간에 포기했다.


태권도(1년), 합기도(8개월), 축구(1달), 인라인 등.

견디다 견디다 아이가 힘들어하고 나도 아이의 차별과 놀림을 보는 것이 힘들어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하고 나면 며칠 동안 울음으로 지낸다. 아이는 얼마나 잘하고 싶을까? 자기도 잘해서 뽐내고 칭찬도 받고 싶을 텐데 몸이 잘 안 따라주니 얼마나 답답할까? 모든 게 내 책임 같다. 저 아이에게  평범한 몸을 못 물려준 내 책임 같아서 또 숨죽여 운다.


요즘 배드민턴을 배우고 있다. 내가 배워 아이와 아내에게 가르쳐 줄 생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해 보는 것이다. 가는 길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본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건 그 자체로 고되고 오랜 기다림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항상 긍정의 에너지를 잃지 마시고, 아이에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큰 변화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친절하기로 소문난 서울대 소아정신과 유희정 교수의 말이다.


줄넘기 50번

축구공 주고받기 50번

찍찍이 캐치볼 받기 50번

농구공 튀기기 50번

배드민턴 공치기 50번


주말마다 근처 공원에서 하고 있다. 감각통합 선생님 말씀이 아이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50번’ 작은 숫자이지만 열심히 도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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