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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섭 Dec 18. 2020

매일 소아정신과에 전화를 건다

아이가 느리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가세요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님은 세계 100대 의학자에 선정된 분으로 발달장애 아이들의 진단과 치료를 잘하신다고 알려져 있다. 농담 삼아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고 소문이 나있다. 나도 이 분을 몰랐다가 작년 말에 알게 되어 대표번호로 예약했다.

2023년 5월

그날 이후로 생각날 때마다 전화를 걸어 예약을 앞당기려고 하고 있다.

오늘도 1599-1004를 누르고 2번, 1번, 그리고 주민번호# 눌렀다. 오늘은 친절한 분이 받으셔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2023년 11월에 예약할 수 있어요.”

“ 좀 당길 수 있나 해서 전화드렸어요. 취소 자리 있나 확인 부탁드립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골든아워가 있다. 보통 48개월 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가 30개월 전에 아이의 발달 지연을 깨닫는다고 하는데, 그때 대학병원에나 종합병원에 예약하면 대체로 2년 이상의 대기가 있으니 골든아워를 놓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의 평균 진단 시기는 6세 전후로 골든아워를 지나쳐 정확한 진단을 받게 된다.

웃긴 현실은 2년 대기해서 늦게 찾아가면 왜 이렇게 늦게 오셨냐고, 치료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우릴 무책임한 부모로 몰고 가는 의사 분도 계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의 경우, 유명하다는 분은 다 진료를 봤다. 전문의 한 분한테 보면 되지 왜 극성을 떠냐고 하면 당당히 할 말이 있다. 발달장애의 경우 최초 진단의 오진 확률이 50% 이상이다. 우리 아이도 여러 소아정신과 박사님들에 의해 언어 지연, 의사소통장애, 지적 장애로 병명이 바뀌어졌다. 맨 처음 지적 장애로 정확히 판정받았다면 치료의 방향이 바뀌었을 것이고 지능도 지금보다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보다 중요한 것은 소중한 시간에 최선을 다 하지 못한 후회와 자책이 평생 간다는 것이다.


아이가 느리다고 하면 주위 분들 중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때가 되면 다 괜찮아져. 조금 느리면 어때. 너무 걱정 마.”

이 말이 맞다면 다행이지만 이 말이 틀리면 아이는 골든아워를 날려 버린 것이다.


우리 아이의 진단 과정

언어 지연

발달 지연

ADHD

경계성 지능

의사소통 장애

자스 의심

지적 장애


진찰받은 병원들(순서는 무의미)

성모병원

오은영 강남 센터

구리 한양대병원

하계 을지병원

국립정신건강센터

서울의료원

분당 서울대

혜화 서울대

소아정신과 의원(신석호 의원, 유한익 원장님 등)

아주대병원

아산병원

신촌 세브란스병원



아이가 느리면

1) 아이가 느리면 전문의를 찾아가야 한다.

2) 초기 오진 확률이 높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아이를 자세히 관찰•기록하고 동영상을 찍어 정리하여 전문의를 찾아간다.

3) 메이저 병원은 대기가 최소 1년 이상이므로 미리 대기 걸어 놓아야 한다.

4) 48개월 전이 가장 중요한 골든아워이다. 이때 제대로 치료받으면 아이의 기능을 훨씬 효과적으로 올릴 수 있다. 우리 조상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실제로 뇌세포의 연결고리인 시냅스는 세 살까지가 가장 활발하게 만들어진다고 한다.


치료를 다녀보면 대기가 길고 사람이 많은 곳은 이유가 있다. 아이에게 최선의 치료를 해주는 의사•치료사를 찾아가야 한다. 48개월 전이라면 아이를 위해 스스로 119가 되어 다니길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임신영 아주대 교수님을 좋아한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고 하나하나 모든 경우의 수를 친절하게 설명하시며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던 그분의 자상함이 5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난다. 이런 분들만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오진에 대해 의사분들에게 책임을 묻기 힘들다. 그 책임은 오롯이 부모 책임이다. 오진하지 않는 의사를 못 찾아간 당신 책임인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나 의사 고시로 인한 파업의 과정 속에서 우리 아이의 진료는 미루어졌다. 그분들은 분명 본인 환자의 대기가 36개월이나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골든아워도 지나서 온다는 것도.



“아무것도 없는 이 땅에 하느님이 내려오신다면 과연 성당을 먼저 지을까요?
학교를 먼저 지을까요? 분명 하느님은 학교를 먼저 지을 거예요."
“처음에는 워낙 가난하니까 여러 계획을 많이 세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같이 있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어려움이 닥친다 해도 그들을 저버리지 않고 함께 있어 주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은 궁금했습니다. 한국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왜 거기까지 가냐는 질문에, 이태석은 아무도 거기에 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렇게 8년 동안 세상의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며 자신을 희생하며 살다 가신 이태석 신부님의 마지막 유언은 “Everything is good”이었다.

내전 중인 아프리카 오지 나무 그늘 이래 죽을 날만 기다리는-자기 병명조차 모르는- 한센병 환자에게 다가가 반만 남은 발을 어루만져주고 치수를 어림하여 가던 신부는 며칠 뒤 다시 와서 신발과 약을 주고 간다.  

그는 세상에 없지만 이 감동스러운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태석이란 이름은 영원히 남아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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