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하드 항공 리커런트 트레이닝 후기
세계 모든 승무원들은 주기적으로 “정기 안전 훈련”을 시행한다. 승무원이 되면 “승무원 자격증”을 받게 되는데 기종별 유효기간이 1년이기 때문에 매년 정기 안전 훈련을 시행하고 시험을 봐서 통과를 해야 한다. 통과하지 못한다면? 재시험을 볼 수 있고 재시험에서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집에 가야 한다. 예외는 없다
내가 다니고 있는 에티하드항공은 정기 안전 훈련(리커런트 트레이닝 -Recurrent training)을 매 6개월마다 시행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Semester A - Airbus (320, 330, 380), Semester B - Boeing (777, 787) 이렇게 두 학기로 나눠서 상반기엔 에어버스 기종을 하반기엔 보잉기종을 (순서는 바뀔 때도 있음) 했었다.
이게 효율적이고 말이 되는 게 난 예전에 에어버스 320, 380, 보잉 777, 787 네 가지의 자격증(라이선스)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한 번에 공부할 양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승무원들이 회사에 건의해서 반반으로 나눠진 걸로 알고 있다. 에어버스랑 보잉이랑 비슷한 듯 너무 많이 달라서 이렇게 나눠서 공부하는 게 훨씬 편리했다.
그리고 에어버스 380 기종이 없는 지금, 왜인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리커런트 트레이닝은 매 6개월마다 진행 중이고, 나 역시 최근에 리커런트를 하고 왔다.
예전 회사를 다닐 때에는 리커런트 트레이닝이 스케줄에 뜨면 긴장이 그렇게 많이 됐었다. 플라이두바이는 보잉 737 기종 하나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말 정말 세세한 것 까지 다 외우고 공부해야 한다. 안전장치가 어느 곳에 몇 개가 있는지 다 외워야 하는 건 기본이고, 응급 상황에 대비한 약 종류까지 하나하나 다 외워야 했으며, 시험이 정말 어려웠고, 재시험 역시 무척 어려웠다.
매 2월 리커런트 트레이닝 시험 문제를 바꾸곤 했는데 시험 문제가 너무 어렵다 보니 2월에 리커런트 보는 승무원들은 피해를 입곤 했다. 참고로 플라이두바이에선 리커런트 트레이닝을 위한 워크북이나 참고할 만한 자료를 하나도 주지 않기 때문에 승무원 본인이 각자 알아서 매뉴얼을 다 읽고 공부해야 한다.
반면 에티하드 항공은 승무원들을 위해서 공부하기 쉽게끔 워크북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리고 워크북 수준도 매 비행 전 물어보는 안전과 응급상황 관련한 질문 수준 정도라 그리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약간의 부담이라는 건 사실!! 워크북을 한 번 리뷰하고 무사히 리커런트 트레이닝을 끝냈다. 이렇게 2022년 상반기도 무사히 생명연장!!
리커런트 트레이닝 땐 시험만 보는 게 아니고 승무원이 트레이너들에게 질문도 하고 몰랐던 걸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그동안 우리 항공사에서 어떤 비행이 있었는지 배우는 시간. 특히 한 해 동안 승객이 비행에서 출산을 했거나 혹은 사망했거나 혹은 동료들이 기내에서 CPR을 한 응급상황이 얼마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통계를 볼 때마다 경각심이 생기곤 한다. 여러 가지 리포트나 시나리오를 보면서 다른 동료들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 수 있고 나 역시 그런 상황이면 어떻게 해야겠다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리커런트 트레이닝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 기간을 제외하고서는 숙제라거나 따로 공부를 해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난 너무 좋다. 물론 평소에 매뉴얼 공부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내 자유시간이 많다는 게 인프피인 나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장점인 것 같다.
락다운이 풀려서 날씨가 좋은 아부다비의 겨울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얼른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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