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달 25일쯤 승무원들은 바빠진다. 월급을 받기도 하거니와 그 쯤 다음 달 스케줄이 늘 나오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에티하드 항공에서는 코로나 터진 후 드. 디. 어 2년 만에 비행 신청 시스템을 재개했다. 나는 코로나 터지기 전 380 크루로 한 달에 인천 비행을 최대 4번씩 받던 사람으로서 인천 비행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다.
한국인 승무원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노선은 당연히 인천 비행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독일 비행이 있다. (특히 뮌헨) 그리고 모든 승무원들이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세이셸,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로마는 승객들 뿐만 아니라 승무원들한테도 늘 인기가 많은 비행이다.
난 인천 비행 없이는 중동 생활을 못 버텼다 생각하는 사람이라 (주기적으로 한국을 무조건 가야 함) 이번 비행 비딩 시스템이 열려서 너무 반가웠다. 그동안 열심히 런던, 맨체스터 다녀온 나 자신… 칭찬한다 칭찬해
꼭 받고 싶은 레이오버가 있어서 인천 비행이랑 같이 신청을 했고 그래서 이번 달은 특히 스케줄이 더더욱 기다려졌다. 그리고 받은 스케줄은 unbelievable - 사실 너무 잘 나왔다. 스케줄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다음 달 한 달의 일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스케줄은 승무원들에게 너무 중요하다.
에티하드 항공은 카타르항공이나 에미레이트 항공이랑은 다르게 사람마다 비행 가능한 기종이 다르다. 어떻게 다르고 회사에서 어떻게 뽑느냐 묻는다면 그 기준은 정말 “랜덤”이다. 어떤 이는 380, 어떤 이는 320, 또 요새는 350 트레이닝을 시작해서 350 기종이 있는 승무원들은 레이오버 없이 스케줄이 턴 비행으로만 꽉 차있기도 한다. (턴 비행만 열네 개 받은 사람 본 적 있음) 그러다 보니 unfair 하다며 바라지 않던 기종의 트레이닝을 받게 되는 승무원들의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 요새 신입 채용도 많지만 그만큼 그만두는 승무원 숫자도 엄청 많다. 왜냐하면 이코노미 클래스 승무원이 긴 레이오버가 많으면 턴 비행이 많은 비즈니스 클래스 승무원보다 월급이 더 많은 경우도 있고, 누구는 좋은 곳만 가고 누구는 턴 만 가고 이런 불공평한 상황이 계속되면 당연히 비행하는 게 지치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해외여행 가는 게 예전처럼 어렵지 않고, 더 이상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예전처럼 화려하지 않다. 인스타나 유튜브에서는 좋은 것들만 보여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만두는 승무원들 얘기 들어보면 6-7년 동안 한 번도 바르셀로나, 브뤼셀, 로마 비행 못 받아본 동료들도 허다하다. 그 말은 즉슨, 내가 바라는 곳에 비행으로 갈 수 없을 수 도 있다는 걸 뜻한다. 또 바라는 노선의 비행을 스케줄로 받았다 하더라도, 스케줄링 팀에서 언제든 바꿀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정말 눈물 난다) 비행은 여행과 다르고, 승무원들에게 비행은 듀티 중 하나이기 때문에 회사에 아무리 불평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 결국에 우리는 놀러 온 게 아니고 돈 벌려고 중동에서 승무원이 된 거기 때문에.
스케줄에 울고 실망하는 한국인 친구들을 요새 종종 본다. 나도 그 마음이 어떤지 너무 잘 안다. 그런데 안 좋은 스케줄 받는 달이 있으면 분명 좋은 스케줄 받는 달도 있다. 그리고 스케줄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어떤 사람이랑 비행하느냐이다. 좋은 동료들이랑 일하면 아무리 힘든 턴 비행이어도 즐겁게 일할 수 있고 말 안 통하는 부사무장이랑 일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천 비행도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다.
나 역시 작년에 한국 비행 하나도 못 받고 런던과 맨체스터 상하이 인도 비행만 하면서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생각을 전환해서 “이번 기회에 돈이나 많이 모으자”(나갈 만한 데가 없으니까) 생각했고 진짜 그렇게 했다. 좋은 비행을 받으면 기분은 좋지만 돈 모으기는 힘들다. 늘 말하듯 모든 것엔 장단점이 있다!
해외에 모든 외노자들 파이팅
특히 중동 외노자들 더더욱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