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건넨 6만원 마카롱, 이유는

처음 보는데 말입니다. 나를 좋아하나? 고백인 건가.

by 지니

승무원은 인천으로 돌아오는 모든 비행기를

인바운드(IN/BOUND)라고 부른다.

파리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파리-인바운드에서 있었던 일이다.

파리는 다른 유럽에 비해 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손님들이 탄다.

금발머리인데 일본어를 쓰시기도 하고 히잡을 쓴 사람도 있고 다양하다.

꽤나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곳이 파리인 것 같다.

그날도 여느 날과 같이 북적북적 346석 만석에 330명 정도로

거의 비행기를 꽉 채워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휘몰아친 보딩전쟁으로

갤리(주방)에 들어와 한숨 돌리고 물 한잔 마시며 사무장을 기다렸다.



모든 승객의 탑승이 완료되면 사무장은

크루들에게 승객 특이사항을 공유하기 위해

비행기 후미까지 최종 순회를 한번 하게 되어있다.

그날 나는 비행기 최후방 D존 이코노미 담당이었다.



그때 사무장님이 오셨다.

사무장님 손에는 예쁜 녹색 쇼핑백이 하나 들려있었다.

"사무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오! 고건 모예요?"



대개 비행기에 직원들이 휴가철에 여행 가려고 직원티켓으로 타면

과자 음료, 간식거리를 주곤 한다.

그래서 다른 크루나 임직원이 탔나? 하며 물었다.



"아 이거 승객이 줬다? 파리사람이야! 이거 마카롱이야"

"승객이요? 그냥 승객이요? 왜요?"


"그냥 몰라 줬어, 그래서 메르씨뽀꾸(매우 감사합니다)라고 전했어"

"세상에 저도 가서 잘 먹겠다고 전해야겠네요. 우왕! 맛있겠다"


"사무장님 저분 비즈니스에 계세요?"

"아니, 이코노미 32A에 있어"

"비싼데 이걸 주셨네요, 세상에나"


저 마카롱을 말할 것 같으면

마카롱의 고장,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유일하게 있는

L사의 마카롱인데 저 쪼고 만한 거 하나에 5천 원이 넘는다!

근데 이 큰 비행기에 12개니깐 적어도 6만원이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냥 남에게 6만원치의 마카롱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

이런 호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 걸까.

금액을 떠나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어떻게 자랐으며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길래 가능할 걸까.


'오늘 기분이 너무 좋은 건가?'

'비행기를 처음 타서 기념적으로 준 건가?

'비행기를 좋아하나?'

'가족이 승무원인가?'

'한국인을 좋아하나?'

'이코노미지만 알고 보니 어마어마한 부자인 걸까?'

'파리 마카롱 홍보대사인 걸까?'

'지구는 둥그니깐, 우린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항공기 납치를 목적으로 모든

마카롱에 독을 타서 기절시키려는 걸까?'


비행 내내 그 승객의 고마움에 이유를 찾으려는 내 행동에

엉뚱한 상상력은 허공을 찔렀다.


난 그 손님의 행동을 끝끝내 이해하지 못했고

저 마카롱하나는 14시간 내내 내 머릿속에

따듯한 물음표가 떠다니게 했다.


나도 적지 않게 비행기를 탔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직원티켓으로 타면 간식을 사들고 타곤 했는데, 타 항공사를 이용할 땐 그럴 생각조차 못했다.

1~2만 원이라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항공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참을 바쁘게 일하고 잠시 점프씻에 앉아

동료들과 마카롱을 먹으면서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따듯한 물음표, 해결되지 않은 물음표 그대로 담으려고 한다.

누군가에 호의에 대해 맞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난

그 승객의 예쁜 마음을 그대로 보지 못하고 나의 틀 안에서 단정 짓고 왜곡했었던 것 같다.


어떠한 사정으로 그 손에 마카롱을 들고 왔을지는 지금도 알 수도 없고

궁금하지만, 나에게 수많은 물음표를 던졌던 그 따듯한 손님을,

나는 파리 비행을 갈 때마다 떠올릴 거고 마음 한구석이 따듯해질 거다.


'그래, 호의(好意) 말 그대로 좋은 마음이니깐!

그 마음, 마카롱 맛있게 먹으면서 호의에 감사하면 되

나도 그런 호의를 베풀면서 살면 되지 뭐- 근데 너무 좋은 호의네, 너무 맛있잖아!'


(오물오물)


"선배님, 그거 무슨 맛이에요?"

"이거 레몬! 너무 맛있지 않아? 너껀?"

"저, 라즈베리요. 진짜 너무 맛있어요"

전방 크루들에게 선택당하고 남은 마지막 D존 크루들의 알록달록 마카롱, 5개입니다. 으마으마하게 맛있습니다.

메르씨보꾸!! merci beaucoup!!



PS. 다음 3화는 한때 유행했던 와츠인마백, 그렇다면 제 가방엔 뭐가 있을까요? [와츠인마이백]

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으러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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