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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근이 Oct 25. 2020

10. 그들은 왜 안 된다고만 하는가

이민대행사 이야기 (호주 약사 이민)



첫 IELTS 시험 결과를 받고 나서 집중력과 의욕을 잃었던 나는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쉬는 동안 유학원, 이민대행사 웹사이트를 둘러보며 호주 약사 이민에 대한 상담을 다시 시도해보았다. 표면상으로는 유학 없이 바로 영주권 신청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지만 호주로 오기 전 한국에서 이미 "안됩니다." "모릅니다." "캐나다로 가시는 건 어떠세요?" 3콤보 대답만 줄줄이 들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없었다. 



- 어려운 일 환영합니다 -라고 되어있는 웹사이트를 발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해보았지만 "호주 약사 등록하셨어요? 저희는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거까진 못 알아봐 드리거든요. 직접 알아보시거나 다른 사무실에 알아보세요."라는 불친절함의 끝을 보여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속상했다 정말.





그들은 왜 안 된다고만 할까? 




글을 시작할 때부터 이 과정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해왔는데, 글을 이어나가기 전에 왜 이렇게 많은 이민/유학 사무실에서 호주 약사 이민 대행을 해주지 않으려 했었는지, 그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한 이유에 대해서 짧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호주에서 영주권을 받는 방법 중에 '독립 기술 이민'이라는 제도가 있다. 말 그대로, 어떤 다른 누군가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내가 가진 기술만 가지고 영주권을 신청하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호주 이민성에서는 매년 부족 직업군을 정해놓는데, 여기에 포함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공인 영어시험 결과를 더하여 이민 점수 조건을 채우면, 기술 심사라는 절차를 통해서 학력과 경력을 인정받고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약사'가 이 부족 직업군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독립 기술 이민을 통해서 영주 비자를 신청하고 싶었다. 그런데 모든 이민대행사에서 내 케이스를 맡지 않겠다고 했던 이유는... 약사 직업의 '기술 심사' 과정 때문이었다.



호주 약대 졸업생은 서류상으로 바로 학력과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해외 약대 졸업생의 경우 기술 심사에서 시험을 패스해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로 붙어 있다. 약사뿐 아니라, 의사, 치과의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보건계통의 직업군 중에는 해외 졸업자들이 쳐야 하는 시험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술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지 없을지, 만일 통과한다고 해도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를 고객을 위해서..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서류 작업을 대행해주며 기다려주려고 하는 이민대행사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 그냥 쉽게 바로 진행할 수 있는 약대 유학을 권유하게 되고, 자연히 유학 없이 이민을 진행하는 케이스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게 된 것이다. 








여러 번의 거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다른 곳들에 연락을 해보던 중... 한 이민법무사님으로부터 몇 개월 만에 처음으로 그때까지와는 다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은 이곳에서 이 방법으로 진행된 케이스가 없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케이스가 없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불가능하지 않다"는 그 말이 너무도 기뻤다.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시도하지 않는 일이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면 내가 그 케이스를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대화의 결론은, 이 과정에서 영어 점수는 꼭 있어야 하는데 영어 점수가 높아서 쉽지 않으니 지금은 영어 공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슬럼프? 더 이상 그런 이야기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제 영어 점수만 나오면, 빠르면 6개월 뒤인 9월에 있는 약사 시험을 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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