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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꾸녕 Aug 04. 2024

ㅅr랑해 死랑해

싸움의 기술

말 문이 막혔다.

말 문이 막혔을 때 하는 말은 말이 아니다. 말이야 방귀야라는 말은 아마 여기서 파생되었을지도 모른다.

위에 있는 구강 또는 아래 있는 항문을 통해서 새어 나가는 공기라는 점이 말과 방귀의 공통점이고 말은 의식의 흐름인데 반해 방귀는 허무맹랑한 점이 차이점이라면 말 문이 막혔을 때 새어 나오는 공기는 의식의 흐름이 허무맹랑하게 섞여서 제대로 된 말이 아니다.

그래서 말 문이 막혔을 때는 굳이 말을 하지 않는 편이 좋긴 하지만 그게 또 쉽지가 않다.

상대방에게 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이기려고 하는 싸움은 개판이다.

특히 오래된 사랑이라면 진흙탕에서 뒹구는 개판이다.

싸우면서 내뱉는 말들은 냄새 없고 소리만 요란한 방귀들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 소리, 내용 모조리 기억이 안 나는데 싸울 때는 그렇게 열심히다.


사랑싸움의 회복은 시간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배웠지만 사랑싸움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이 오히려 불을 더 붙일 수 있는 대용량의 휘발유가 되기도 한다.

언쟁이 오고 가다가 보면 '그래서 결론은? 어쩔 수가 없는데? 결국 서로 푸는 방법밖에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우선 미안하다고 한다.

정말 미안하지 않아도 에너지 소모가 아깝고 시간이 아까워서 자존심을 버려본다.

상대방이 "그래 나도 미안해. 별 것 아닌데 우리 싸우지 말자."라고 하면 베스트겠지만 경험상 그러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뭐가 미안한데?" 또는 "미안하지도 않은데 마음에도 없는 말 하지 마 이 소시오패스야" 등등의 반응.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정말 삐뚤어진 입으로 더 열받아할 것을 알면서도 정말 소시오패스처럼 신나게 미안하다고 말하게 된다. 마음과 입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 오류가 일어난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차라리 싸우는 와중 언쟁의 시간이 아깝고 머릿속에는 어차피 화해하고 끝낼 건데 그만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기다려주자. 

상대방이 얹힌 마음을 다 토할 때까지.

상대방이 마음을 다 토하고 나면 토닥여 주고 마음을 닦아주는 행위가 필요하겠지만 싸웠을 때 이런 모습이 반복적인 패턴이라면 정작 나의 얹힌 마음은 제대로 소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속에는 체기가 차곡차곡 쌓여 만성 분노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적당히 열받음을 표현하고 나면 멈출 줄 알고, 서로의 화를 차례대로 어루어 만져줄 줄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미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면 싸우지 않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서로를 입맛에 맞춰서 바꾸려고 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이해하면 생각보다 싸울 일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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