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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영 Jan 23. 2024

나의 첫 뉴질랜드 사진전 <Dear Huntly>

뉴질랜드 뉴스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던 나의 첫 뉴질랜드 사진전 후기


2023년 8월 약 한 달간 열렸던 <디어 헌틀리> 사진전은 뉴질랜드의 대표 언론매체인 '뉴스허브(News hub)'와 지역신문 '채터(Chatter)'에 소개되었다. 전시를 진행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전시한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나는 두 가지 사진을 꼽았다. 첫 번째는 아나(Ana)와 아나가 기르고 있는 양을 함께 찍은 사진이다. 뉴질랜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사진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장이 많은 뉴질랜드에서는 아이들이 양을 반려동물(pet sheep)로 키우기도 한다. 특히나 엄마 양이 출산 후 아프거나 젖을 먹이기를 거부하는 경우, 그 새끼 양을 집으로 데려와 직접 우유를 주며 키우고 다 자라면 목장으로 돌려보낸다. 그렇게 자라난 양은 사람을 아주 좋아해서 사람이 다가오면 멀리서 달려온다. 자신을 키워준 아이를 발견하면 미소를 지으며 달려오기도 한다. 동물, 특별히 양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아나와 그녀의 양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아나의 엄마가 학교를 다녀온 아나에게 “공부해야지.”라고 말하지 않고, “양하고 놀아줘야지. 얼마나 외롭겠니? 어제는 얼마나 같이 시간을 보냈니?”라고 묻는 것이었다. 네가 반려동물(Pet)로 키우기 결정했으니, 시간과 애정을 쏟으라는 말에 참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나(Ana)와 아나가 기르고 있는 양
사람을 보고 반가워서 달려오는 양. 펫 쉽(pet sheep)으로 키우다가 성인이 된 후 농장으로 돌려보내진 양임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헌틀리의 서쪽과 동쪽을 연결하는 도보 다리를 찍은 사진이다. 헌틀리는 뉴질랜드 최악의 마을로 꼽히며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지역인데, 그 인식은 지역 외뿐 아니라 지역 사람들에게도 퍼져있다. 뉴질랜드 최대 석탄생산지로 영광을 누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광산들이 문을 닫은 후로 발전이 멈춘 듯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헌틀리 마을의 한가운데에는 와이카토 강이 흐르고 있는데, 서쪽과 동쪽은 연결하는 도보 다리는 단 하나뿐이다. 이 다리는 오래됐고 좁지만, 이 다리를 건너 아이들이 학교를 오가고 타운으로 와서 필요한 것들을 사가기 때문에 마을에 소중한 존재다. 이 사진을 본 한 관람객은 "이 다리가 못났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진을 보고 처음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해왔다. 이 말을 듣고 사진전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도 있겠구나, 헌틀리의 아름다운 면들을 발견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감사했다. 


헌틀리 서쪽에서 타운으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도보 다리


마가렛 할머니는 사진전을 관람한 후, "헌틀리는 나의 수많은 특별한 추억들을 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나의 첫 직장을 구했고,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사진들을 보며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 줘서 고맙다. "라고 말해왔다. 나 역시 사진을 통해 헌틀리에서 겪었던 힘들었던 일보다 좋은 일들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진을 찍으며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만나게 된 헌틀리는 정말 아름다웠고, 내가 사는 지역을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테마를 헌틀리에게 러브레터를 보내는 것으로 잡았고, 세 가지 파트로 사진전을 꾸몄다. 


첫 번째 파트는 '내가 사랑한 풍경'이다. 뉴질랜드 최대의 석탄 생산 지였던 만큼 헌틀리에는 뉴질랜드의 유일한 화력발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150 미터에 달하는 발전소의 두 개의 굴뚝은 지역을 대표하는 이미지이자, 멀리서부터 헌틀리에 거의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헌틀리 어디서나 발전소의 거대한 두 개의 굴뚝을 볼 수 있어 헌틀리의 마스코트 같기도 하다. 이밖에도 아름다운 호수와 와이카토강, 농장 등 헌틀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했던 풍경들을 소개했다.  


헌틀리를 대표하는 이미지이자 뉴질랜드에서 유일한 '화력발전소'
그밖에도 자연과 어우러진 헌틀리의 풍경은 편안하고 아름답다


두 번째 파트는 '내가 사랑한 사람들'이다.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으로 이웃 간의 만남이 제한되자 헌틀리 사람들은 창문마다 곰 인형을 꺼내 두었다. 유명한 동화책인 '곰 사냥을 떠나자(We are going on a bear hunt)' 내용처럼 아이들이 산책 길에 곰 인형을 찾으며 무료함을 달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처럼 타인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주고, 뜨개질과 가드닝 등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며 헌틀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 다정한 이웃들을 소개했다. 


코로나 기간, 창 밖에 곰 인형을 꺼내두어서 산책을 하는 아이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먼저 찾아와 이웃이 되어주는 '사람'이 헌틀리의 가장 아름다운 보물이다


세 번째 파트는 '우리가 사랑하는 헌틀리'다. "헌틀리는 집이다. 그것은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위안이 된다."(미셀) 저마다가 느끼는 헌틀리에 대해 적으며 함께 공유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도서관에 비치된 종이에 자신이 생각하는 헌틀리에 대해서 적고 벽에 걸어 찾아온 관람객들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전시를 통해 헌틀리에 관한 부정적인 소리보다 헌틀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를 바라며.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이 생각하는 헌틀리'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가정보육을 하고 있는 나는 2살 아들을 항상 돌봐야 하기 때문에, 전시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교회 친구인 줄리가 도서관에서 아들과 놀아줘서 그 사이 벽에 사진들을 부착할 수 있었다. 또 이웃들이 사진 프레임을 만드는 걸 도와주고, 자신의 사진을 사용해도 좋다고 흔쾌히 허락해 줬다. 사진전이 소개된 신문기사를 오려와 내게 보여주며 알려주기도 했다. 사진전을 진행하며 내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다. 




아래는 지역 신문 '채터(Chatter)'에 기고했던 <디어 헌틀리> 전시 소개글이다. 


디어 헌틀리


헌틀리는 뉴질랜드 최대 석탄 생산지였다. 탄광촌이었던 헌틀리는 광산들이 문을 닫은 이후로 주 수입원을 잃었고, 광부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호주 등으로 떠남으로 인해 전문인력 역시 잃었다. 지역의 특징이 사라져서인지 뉴질랜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헌틀리는 존재감을 잃었고 그 자리에 되려 부정적인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2018년 페이스북 투표에서 뉴질랜드 최악의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고, 어떤 이는 “작고 못난, 아무 쓸모없는 구멍(hole)과 같은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틀리 주민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집(home)이라고 답한다. 헌틀리의 광산은 오픈 캐스트 광산으로 산에서 석탄을 채굴하는 것이 아니라, 평지에서 땅을 파고 내려가며 채굴해서 거대한 웅덩이가 파이기에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헌틀리 사람들은 파인 자리에 물을 끌어와 거대한 인공 호수를 만들어 수영을 즐기고 스쿠버 다이빙 수업을 여는 등 새로운 변신을 했기에 그저 구멍이라고만 불리기에는 억울하다. 

  

헌틀리는 물론 작은 마을이지만, 작아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산책을 하다 만나면 인사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 일평생 헌틀리에 살며 대단한 모험심은 없을 수 있지만 가족에 대한 헌신과 주변에 대한 관심은 대단한 사람들. 무엇보다 커뮤니티 마인드가 있는 이곳 사람들은 자원봉사를 하며 다양한 스포츠 동호회와 마켓, 패션쇼, 퍼레이드 등 지역 축제들을 만들었다. 


너무 당연하고 익숙해서 자신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이방인인 나의 눈에는 놀랍게 다가오곤 했다. 이를테면 일회용 봉지를 사용하지 않고 식빵 봉지를 모아서 재활용하고, 시리얼 상자를 모아서 이면지로 사용하는 이들의 일상을 보며 지구의 작디작은 마을 헌틀리에서 이렇게 작지만 대단한 일을 하고 있구나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집 앞에 무료 레몬(free lemon)과 화분(free pot) 등을 내놓으며 자신에게 풍족한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문화와 주인 잃은 개와 고양이는 물론 양과 닭, 야생 오리, 토끼까지 먹이를 챙겨주며 동물들을 보살피는 모습에서 이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었다. 집보다 큰 나무들이 있고, 담장이 낮아서 이웃들이 정성껏 가꾼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새로 건물을 짓기보다 오래된 건물을 보수해서 사용해서 지역의 역사를 남기며 이어가는 모습(문을 닫은 산부인과 병원을 모텔로 개조한 매노뷰즈 사례)은 헌틀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했다.


헌틀리에 처음 살기 시작한 2018년부터 5년 동안 필름 카메라로 헌틀리를 기록했다. 지난 나의 시선들을 통해 헌틀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인지 조금이나마 전해지기 바란다. 사진전 '디어 헌틀리(Dear Huntly)'는 사진을 통해 써 내려가는 나의 러브레터인 셈이다. 


Dear Huntly, 


For many years, Huntly was the largest coal mining town in New Zealand. Since the coal mines closed, most of the miners and professionals have left for other countries in search of new jobs, and Huntly has lost not only its main source of income but also the people and the town’s characteristics. Huntly’s presence slowly faded away from the rest of the New Zealanders as the sudden change of atmosphere overwhelmed the town and negative perceptions began to sprout instead. Huntly was named New Zealand’s worst town in a Facebook poll in 2018, and it was  commented on as a “small, ugly, industrial hole with literally nothing to do”. Huntly could be perceived as only a shadow of what it used to be for those who don’t know it well, but to the residents, Huntly was, and still is, their slice of paradise. The opencast coal mines have left large holes around Huntly as coal was mined from underground by creating an open pit, unlike conventional mountain mining. But it’s unfair to call them ‘just a large hole’. The people of Huntly have spent time and effort making use of the old mine by turning it into a beautiful artificial lake. Scuba Diving classes are held, and the community can go swimming and enjoy beautiful walks around the lake with changing scenery every season.


With a population of just over 9,000 residents, it is a small town, but because it’s a small place, you can get closer to the people around the town. People can afford to greet and say hello to the people who have the deepest devotion to their families and the biggest hearts for caring for and loving the community. People in this tight-knit community volunteered and created various events that everyone could enjoy, such as sports clubs, community markets,  fashion shows, and parades.


All these ordinary things, such as collecting and recycling bread bags instead of disposable bags and using cereal boxes as an art canvas, are full of surprises and admirable to the eyes of a foreigner who realizes how little but wonderful things are happening in the small town of Huntly. The warmth of the community could be felt when we saw neighbors share free lemons and free pots in front of their houses and take care of lost pets and other animals such as sheep, chickens, ducks, and even a bunny. There are old trees bigger than houses in backyards, and knee-high fences allow anyone who passes by to appreciate the carefully tended gardens and historical buildings that are renovated and repurposed instead of building new ones. (Such as Manor Views, which is a motel converted from a maternity hospital.) All these little things forced me to love Huntly dearly.


Since I arrived and lived in Huntly in 2018, I have recorded Huntly through my film camera for the last 5 years. Through my eyes and lens, I hope to share how beautiful Huntly is, and its wonderful people. The Photo Exhibition “Dear Huntly” is my love letter written through photos.




아래 링크에서 뉴스 허브에 소개되었던 기사 전문을 볼 수 있다.

https://www.newshub.co.nz/home/travel/2023/08/huntly-woman-hopes-to-showcase-best-of-town-in-new-photo-exhibiti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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