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최악의 팀장은 (2)
그가 자주 하던 말이 있었다.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세요.”
처음엔 좋은 분인가? 싶었다(아무래도 빠른 퇴근을 실현시켜주시니-).
그러나 아직 퇴근 시간이 한참 남았고,
업무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상시 업무는 해도해도 또 생긴다)
“일찍 가라”는 말을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팀장급으로 부임했지만,
끝내 정식 팀장 직함은 받지 못했다.
입사 초기부터 ‘조직 개혁’, ‘평가 시스템 개선’, ‘사내 교육 강화’ 등
다양한 방향을 이야기했지만, 실행 방식이나 권한, 영향력은 불분명했다.
그렇기에 그가 종종 하던 “먼저 퇴근하세요”라는 말은
단순한 배려의 표현보다,
‘스스로의 역할 부재’를 감추기 위한 방식 중 하나였을 테다.
업무 조율, 실무 지원, 외부 협조 등 실질적으로 리더가 해야 할 업무는 수행되지 않았다.
조직 개혁을 말했지만 시스템 구축은 이뤄지지 않았고
평가 체계를 언급했지만 기준은 공유되지 않았으며
팀 운영을 맡았지만 실질적인 조정은 없었다
말로는 리더였지만 행동으로 보여준 역할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팀 내에서도, 외부에서도
그의 위치는 어정쩡해졌고,
결국 팀장 승진은 무산되었다.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건
그가 팀원들에게 일을 위임하는 방식이었다.
기회를 준다고 말했지만,
그건 결과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본인은 개입하지 않는 구조로 이어졌다.
조직 안에서 중요한 건 직위가 아니다.
역할을 명확히 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리더십은 명함에 적힌 직함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무게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