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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적 태도도 커뮤니케이션이다.

소통이 어려운 동료(1)

by 이여름

Y씨의 퇴사 이후, 우리 팀에 새로 합류한 X대리.
10년차 인사담당자라는 이력을 가진 그는,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았다.


질문을 하면서도 상대를 보지 않고, 답을 듣는 동안에도 시선은 바닥이나 벽에 머물렀다.

물론 시선을 회피한다고 해서 반드시 무례하거나,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소통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업무 중에도 그 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X대리가 뒤에서 "이 업무 히스토리 아세요?"라고 질문하자 나는 뒤돌아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내 눈이 아닌, 내 옆의 책상 모서리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한테 한 질문이 아니려나?' 싶었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결국 나에게 한 질문이 맞았다.


결국 소통에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사람은 말을 주고받는 것뿐 아니라, 표정과 눈빛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서도 정보를 전달하고 신뢰를 형성한다.


인수인계를 하며 컴퓨터 화면을 보여줄 때도 마찬가지였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거나, 고개만 끄덕이는 모습에서 실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가 진짜 몰라서 그런 게 아닐 수 있다.
다만 비언어적 반응이 부족하면, 상대에게 불확실함을 주고 신뢰 형성이 어려워진다.

(대표적으로는 몰라도 아는 척 눈빛+끄덕이는 신입들- 나 포함)


이후에도 동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이런 상황에 의문을 가지는 대신 보완하려 애썼다.

업무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전달하거나

설명할 땐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포인트만 전달하거나

비언어적 반응 대신 구체적인 질문을 유도하여 전달 및 이해가 됐는지 확실히 짚고 넘어갔다.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업무 스타일이나 소통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때

그 사람의 행동에 지속적인 의문을 가지는 것보다,

'어떻게 같이 일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는 게 더 생산적이고 나에게도 효율적이라는 걸 배웠다.


서로 다른 소통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는,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듣고, 잘 알아채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도 있다.


X대리와의 경험은 나에게도 분명 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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