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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긍정 Dec 26. 2023

산타할아버지란...

동심


 요즘은 미디어의 발달과 그것을 접하는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면서 어린이 친구들이 산타 할아버지의 진실을 조금 더 빨리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다행히도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은 아직은 동심이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켜질지 아슬아슬한 상황이기는 하다.


 얼마 전,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뭐 받고 싶은지 생각해 봤어?"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어딘가 살짝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엄마, 산타할아버지는 어떻게 생겼어? 엄마는 실제로 본 적 있어?"라고 되묻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과 말투로 아주 태연하게 아들의 질문을 받아쳤다.


"엄마는 당연히 본 적 있지. 그냥 할아버지야 수염 많고 살짝 뚱뚱한."

"그래? 그럼 나도 이번에는 안 자고 산타할아버지 만날래."

"그래! 같이 기다려보자. 그런데 선물을 전해줘야 할 아이들이 워낙 많으니까 몇 시에 오실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어. 오실 때까지 안 자고 버틸 수 있지?"

"아... 기다리다 졸리면 자고."


 8살이지만 평소에도 9시면 잠자리에 드는 새나라의 어린이인 아들이기에 늦은 밤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저 대화 안에서 절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됐다. 조금의 빈틈을 보이는 순간 의심을 갖고 질문을 했던 아들이 그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올 것이 뻔했다. 아마도 산타의 존재를 믿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을 아들은, 본인의 그 믿음과 더불어 나의 태연한 태도에 산타의 존재 여부에 대한 의심을 내려놓은 듯했다. 사실 올해는 이렇게 한숨 돌리긴 했지만 내년엔 어떨지 모르겠다. 다른 친구들의 엄마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역시 형, 누나가 있는 아이들 가운데 몇몇 친구들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역시 알게 산타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하다. 그래도 단 1년이라도 더 동심을 지켜주고 싶은 게 또 부모의 마음이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올 해는 닌텐도 게임팩인 마리오 오디세이를 사달라고 기도하는 아들의 모습, "너 이렇게 말 안 들으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시겠어?"라고 얘기했을 때 초조해하는 모습,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눈 뜨자마자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 있는지 확인부터 하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른이 되었을 때 이따금씩 어릴 적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았던 이 기억들을 하나씩 추억해 보면 좋겠다. 엄마인 내가 그랬듯 분명 힘이 될 때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의 산타에 대한 기억은 안타깝게도 지금 내 아들과 같은 나이인 8살, 초등학교 1학년때가 끝이다. 매년 12월 25일 아침이면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 있었던 어릴 적의 나는,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굳건히 믿었다.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고, 12월이 되면 날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며칠 전, 1학년 1반 교실에서 내 어린 마음에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 일어났다.


 모둠으로 6명이서 책상을 붙여 앉아 수업을 듣고 있던 중,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한 친구가 "산타가 어딨냐! 그거 다 너희 엄마, 아빠가 주는 거야. 너는 그것도 모르냐?"라고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정말 머릿속에서 쿠궁, 하며 벼락이 치고 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아니야, 산타는 있어!"라며 반박했지만 그럼 집에 가서 부모님께 물어보라며 친구는 내게 으름장을 놓았다. 나는 선생님께 달려가 여쭤보았다. "선생님, 쟤가 산타 할아버지가 없대요! 산타 할아버지 있죠?"라고 물어보는 나의 질문에 연세가 조금 있으셨던 담임 선생님은 딱히 나의 편도 친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으셨다. 나는 선생님의 모습에 더욱 낙담을 했다. 정말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스쳤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8살의 나이에 산타를 잃었다.


 아직도 그 친구의 이름도 기억하고 별명까지도 기억한다.'빨갱이' 초1답게 다른 이유는 없다. 매일 입고 오던 패딩의 색깔이 빨간색이었기 때문에 지어진 별명이다.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다고 들었다. 너의 자식들의 동심은 꼭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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