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은 직장암 3기 환자 가족의 입원일기
코로나 확진을 받고 7일간의 자가격리, 그 뒤로 혹시 모르는 마음에 3일을 더 쉬었다. 입원환자 보호자로 가려면 PCR검사 양성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자세히 알아보니 보건소에 연락해 ‘자가격리 해제 확인서’를 받으면 PCR검사 결과를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바로 보건소에 연락해 자료를 받았고, 난 응급실에서 퇴원한 상태 그대로 병원을 향했다.
아빠가 병원에 있는 동안 보호자로 있으려고 1달간의 가족병가를 썼는데, 아픈 나를 돌보느라 1주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보냈다. 물론 무의미 하진 않았다. 열이 40도까지 오른 심각한 유증상자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회복에만 집중했는데 실제 내 몸이 나아지거나 좋아지는 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의 갑작스러운 응급실 행으로, 내가 없는 빈자리는 엄마, 언니가 아빠 곁을 따뜻하게 채워줬다. 하지만 그 여파로 아빠와 우리 가족들은 1인실로 격리됐고, 병실에 있던 환자, 보호자들은 내 코로나 소식을 기점으로 모두 병실 안에서 격리됐다. 다행인지 아닌지, 아빠는 보고 싶은 얼굴(나, 엄마, 언니)을 골고루 볼 수 있어 그 점은 좋아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격리 기간 내내 병실 사람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여기 있는 환자, 보호자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는 병원 밖 사람들에 비해 더 취약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많은 상황을 제치고 어렵게 확보한 이 시간을 더 괴롭게 한 것은 아닐지 걱정이 줄줄이었지만, 다행히도 아빠를 비롯해 모든 병실 사람들은 PCR검사 결과 음성이었다.
오랜만에 온 병실에는 한 장의 사진과 인수인계 같은 편지 한 장이 있었다. 언니가 엄마에게 남기고 간 것들이다. 아무래도 우리 집엔 슈퍼맨 한 명과 슈퍼우먼 3명이 사나 보다. 그래, 우린 혼자가 아니다. 함께다. 아빠가 입원하면서 알게 된 건데, 아빠가 입원하면서 우리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래서 가족들이랑 둘러앉아 밥 한 끼 먹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나 보다. 우리 가족의 평범한 저녁, 너무 그립다!
그 사이 아빤 죽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입맛이 조금씩 돌 때쯤 날 만나서 병원에 온 지 15일 만에 먹고 싶은 걸 말하기도 한 영광적인 날.
그건 아빠와 내가 평소에 즐겨먹던 붕어싸만코! 다행히도 장 수술을 한 거라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음식은 섭취가 가능하단다. 입맛 없던 아빠가 크게 한 입 베어 문 붕어싸만코를 보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제일 값진 아이스크림이었다.
앞으로 병원에는 2주 이상 있어야 할 것 같다. 이곳에 있어보니 아픈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쩔 때는 안쓰럽고 슬프지만 소소하게 일어나는 따뜻한 일들도 많다. 환자 옆을 지키는 가족들의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아서, 서로를 배려하고 위한다. 어차피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이 시간. 유쾌하진 않더라도 서로에게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