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과 입동 사이
찬기운이 식물에 조용히 내려앉은 새벽은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을 말한다
낮의 볕이 아무리 따뜻한 들
밤사이 차가운 공기를 이겨먹지는 못한다 말한다
상강과 입동 사이
여름을 자란 가지마다 의연한 잎이
볕과 냉기 사이에서
붉고 노랗게 꽃인 양 흉내를 낸다
젊음을 부단히 건넌 나는
청춘과 노년 틈에서
원색 옷과 짙은 화장으로 젊음을 본뜬다
꽃이고 싶은 가을 잎은
청춘이고 싶은 중년 여자는
울긋불긋 과하게 치장을 한다
결국은 물기를 잃어 마르고
끝내는 쇠하여 늙고 마는 것을 알지만
상강과 입동 사이
우리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가을을 지난다
끝끝내 붙들지 못할 계절을 놓아준다
마침내 겨울을 맞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만다
누가 꽃만 예쁘다고 하는가
누가 청춘만 빛난다고 하는가
단풍이 꽃보다 화려할 수 있고
중년이 청년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