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과 사교육
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를 '양질의 교육'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 대목은 확실히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은 '사교육'에 근거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나의 경우는 '공교육'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입시에 무심했던 중학교때 가장 만족스러웠던건 '학생에 대한 교사의 애정'이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성적' 뿐 아니라 '감정'에도 집중해주었고,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같이 게임도 하고 연애상담도 해주며 교육자와 친구의 몫을 단단히 해냈다. 팬데믹 이후 학교라는 존재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적어놓고 보니 다소 유치원생 학부형의 학교 후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나무늘보는 아직도 어린아이일 뿐이다) 과목별 '탐구대회'의 경우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근거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언제나 '인성'이 중시되는 교육이었고 그 과정에서 '학습'도 놓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그냥 '안전한 학교'에 대한 감상일 뿐, '입시'라는 측면에서 '양질의 교육'이라는 평가를 내리기엔 무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이 대목은 '입시에 무지했던' 나의 모자람 때문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 나 역시, 나무늘보의 고교 진학 후 '입시'에 목을 메는 상황이 되었고, 학교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데려다 '진학 상담'을 해주었다. 누군가에게 야단을 맞을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나는 담임선생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아이의 전국석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 마이, 갓
수학 2등급, 영어 2등급, 국어 3등급
나무늘보의 전국석차가 생각보다 높았다. 반등수와 전교등수는 아직도 중위권이지만 전국 석차는 나무늘보가 자신감을 가질만큼 올라와 있는 상태였던 것. 이 동네에서 별 볼일 없는 성적이었음에도, 나는 기뻤고 선생님 또한 차분하게 입시 전략을 짜 주셨다. 정말 문과를 선택해도 후회가 없겠냐 재차 물었던 선생님은 나와 학생의 의지를 확인한 뒤 충분히 좋은 선택이라며 이후의 계획을 짜주셨다. "이과생이 돈을 많이 벌 수 밖에 없는 건 인정해야 한다. 그만큼 공부가 너무 치열하다."는 의견을 주셨지만, 문과생 또한 가는 길이 다를 뿐이라며 구체적인 학습계획을 짜주기도 하셨다.
이 과정에서 느낀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진심'과 '열정'이었다. 머리가 아니라 허리, 어쩌면 꼬리일지도 모를 아이들 모두를 애정으로 바라봐주고, 그 아이들이 미래에 더 나은 선택을 하기 바라는 교육자의 진심이 느꼈던 것.
이후 학교를 나서며 나는 처음으로, 정말이지 이 동네에 이사온 후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사오길 정말 잘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