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되고 싶다면 하늘을 보라
캥거루 감독님과의 첫 만남은 다소 황당했다. 뱀파이어 작품을 같이 하자고 해서 싫다 하니 이렇게 물었다.
“그럼 축구 드라마 하실래요?”
내키지 않는 둘 중에 어느 쪽을 택할지 고민하던 당시의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후 감독님과 정말 밀도 있는 작업을 해 왔다는 거다.
당시의 감독님은 데뷔하지 못한 상태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감독으로서의 필모는 상당했지만 메인 연출자로 진행한 작품은 없었다. 그러나 이 바닥의 누구나 그렇듯이 그분이 그때까지 데뷔를 하지 못한 건 결코 실력 때문은 아니었다. 기회가 없었고 연이 닿지 않았을 뿐이다. 그 사실에 대한 증인이 필요하다면 그중 한 사람은 무명작가가 될 것이다. 대본을 보는 통찰, 배우에 대한 분석, 현장 상황에 대한 통찰력과 분쟁에 대처하는 순발력 등을 미루어 보면 사실 그의 성공은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캥거루 감독님의 데뷔가 늦어졌던 건 방송국 출신이 아니라는 점 외에 몇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사실 비슷한 필모를 가진 이들 중 캥거루 감독님처럼 단독 연출자로 데뷔해 성공에 이른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그가 작품을 연출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을 때 주변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은 그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각자의 길을 가며 무명작가와 연락이 끊기고 수년 뒤, 나는 드라마 라인업에서 캥거루 감독님의 이름 석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궁금증이 동한 나는 그간의 일에 대해 주변에 물어봤고 사람들은 그동안 캥거루 감독님이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던 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내막이 무엇이었는지는 이곳에 구구절절 적지 않을 생각이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겪고 느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캥거루 작가님은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는 주변의 말을 듣고 꿈을 포기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는 거다.
별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끝없이 하늘에 닿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캥거루 감독님의 필모가 유난히 반짝이는 건 그 기적을 몸소 보여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