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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Nov 07. 2021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

다큐멘터리 <엔드 게임 : 생이 끝나갈 때>

'안다는 것'과 '받아들인다는 것'은 다르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신은 죽음을 받아들이겠는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이 표현은 죽음을 앞두고 있는(또는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나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나의 죽음이든 타인의 죽음이든 죽음을 생각할 계기가 없다면 죽음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생각할 기회도 흔치 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평소에도 죽음과 죽어감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자신에게 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고 성숙한 인간과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고 또 죽음학을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엔드게임 : 생이 끝나갈 때>라는 넷플릭스의 죽음과 관련된 다큐멘터리에 나온 몇 장면을 소개할까 한다.


위중한 질병으로 치료받고 있는 노인에게 병원에 소속된 상담가는 죽음과 친구가 되어보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환자는 살고 싶다고 한다.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죽기 싫다고 말이다. 당연히 노인은 죽음과 친구가 될 수 없었다.


상담가는 다시 제안한다. 죽음과 관계를 맺어보는 건 어때요? 죽음을 알아가는 거죠. 꼭 친해질 필요는 없어요. 알면 덜 무서울 거예요. 모르는 채 가둬두고 쳐다보지도 않고 만지지도 않는 것 보다는요. 


죽음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무서운 것 같아요. 통제할 수도 없구요...


"우리가 모르는 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일까요? 죽음 그 자체일까요? 우리는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 힘으로 그것을 바꿀 수 없다면 익숙해지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에 관한 한 우리의 목표는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그 수수께끼를 안고 사는 데 적응하는 거죠. 그게 더 현실적이에요. 수수께끼를 푸는 것보다는요." 


환자는 말한다. 그래요. 믿음도 필요할 것 같아요. 죽음 이후가 끔찍할 수도 있지만 멋질 수도 있잖아요. 지금 제 인생은 멋지거든요.  

출처 :넷플릭스 다큐 <엔드게임>

"죽음을 치료할 방법은 없습니다. 의학보다 훨씬 큰 영역이니까요. 참 인간적인 일이에요.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인간다움이 드러납니다. 의학이나 사회과학이 아닌 인간미가 담긴 현상이죠." 

"누군가 죽으면 시신 주변에 모두 모여 시신에 꽃을 뿌립니다. 정말 아름답고 소박하죠. 한 사람이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예식이죠. 슬픔 속에서 보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은 꽃이 놓인 평온한 얼굴이에요. 뭐랄까. 아름다운 슬픔을 뿌린 것 같죠. 슬픔은 힘들지만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감정이에요. 우리는 죽음에서 달아나려고 하지만 죽음도 삶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죽음에서 달아나려고 하지만 죽음도 삶의 일부입니다.

태어남, 삶, 죽음, 존재, 신, 무한한 우주, 그리고 밤하늘에 빛나는 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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